후기 4 : 아프리카 이야기

by 김부경

내가 아프리카에 처음 간 것은 우리 첫째가 뱃속에 있었을 때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단기 의료봉사를 가기로 예약되어 있었는데 임신이 확인되었던 것이다. 그때 취소할까 고민도 했었는데, 남편과 함께 믿음으로 그냥 떠나보기로 했다. 당시 입덧이 한참 심할 때라 결국 같이 간 팀원들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게 되었고, 팀원 중 한 청년이 아이의 태명을 ‘아공’이라고 지어주었다. 감사하게도 무사히 귀국하여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났다.


그때 이후로 나는 3번을 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가게 되었다. 갈 때마다 이 ‘아공’이가 중학생이 되면 아프리카에 꼭 데려가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공이가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우리 가족이 미국에서 귀국을 하면서 그해가 그렇게 지나버리고, 내가 아팠던 그 해에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중학교 3학년때는 고등학교 입시 준비 때문에 갈 수 없을 것 같아서 그 해 여름에 아이를 데리고 아프리카에 다녀오기로 결심했다.

이 결심을 했던 시기는 아직 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2월이었기 때문에 당시의 나로서는 큰 결심이었다. 내가 과연 그 먼 길을 잘 다녀올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당시에는 아직 다시는 환자를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의료 봉사가 없는 탄자니아 단기 팀에 아공이의 보호자로 그냥 따라가기로 하였다. 그렇게 나는 이번에 5번째 아프리카를 방문하게 되었다.


4월에 복직한 나는 몇 개월 되지 않아 금세 수술하기 전과 비슷하게 많은 환자들을 보고 있다. 다시는 환자들을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걱정과는 다르게 이전보다 더 환자들을 보는 것이 좋다. 이전보다 더 많이 이해하고, 이전보다 더 많이 긍휼 하고, 이전보다 더 따뜻하게 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나는 의사로서의 보람을 다시 한번 찾게 되었다. 다음에는 의료봉사로 다시 많은 환자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은 모두 회복된다. 아무리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통도 좌절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그러니 그냥 조용히 하루하루 견뎌내면 된다. 예수님께서 함께 동행해 주신다면 생각보다 그리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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