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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필통 Sep 11. 2023

어쩌면, 좋아하게 될지도 몰라 너를!

서툰 그 남자의 일기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30초? 일주일? 한 달? 차이가 있겠지만 누군가를 만나 호감이 생긴다는 건 매우 소중하고 행복한 경험이다.


몇 번의 연애와 실패가 거듭될수록 공식처럼 갖던 휴식기가 점점 늘어갔다.

나이가 차고 환경에 의해, 때로는 압박에 의해 일방적으로 만든 관계는 독으로 작용할 만큼 온전하지 못하고 순수하지 못한 '형식적 관계' 뿐이었다. 그런 관계들이 싫어 애써 '나는 자만추!'라며 다양한 기회들을 스스로 날려버린(?) 과거의 기억들이 있다. 그 기회들을 도망치지 않고 붙잡았다면 내가 누군가와 하루를 공유하며 설렘 달달한 대화를 하고 있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와 소개팅, 어느 것을 더 선호하냐고 물어본다면 역시나 난 아직 자연스러운 만남이 좋다. 급하게 서로를 알아갈 필요도 없고, 관계 발전에 대한 의무도 존재하지 않는다. 편안하게 만나다 보면 그 사람의 진짜 모습도 볼 수 있고 가면 쓴 나를 만들어낼 필요도 없다. 자만추가 좋은 이유이다.

반대로 소개팅은 처음부터 어색하고 불편하다. 처음 보지만 반가운 척 건네는 안부인사나 억지로 대화를 이어가는 것, 상대방의 성향이나 취향 등에 맞추어 공감하는 '척' 이모티콘을 날리기도 여간 벅차기만 하다. 내가 모르는 그대의 직장스토리나 과거 연애사를 듣고 있노라면? '아 네, 그러셨군요... 사실은 궁금하지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비장한 각오를 출사표 삼아 몇 번의 소개팅을 가졌다. 주위의 방해공작 때문에 연락도 전에 엎어진 판도 있고,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아 정중히 만남을 거절한 적도 있다. 딱 3번만 만나보라던 친한 동생의 부탁에 달력에 정말 날짜를 세어가며 감정 없는 깡통로봇처럼 추임새만 넣다가 집에 오기도 했고 바쁘단 핑계로 연락이 하루 걸러서 오던 사람에게 경악을 금치 못하며 "역시 혼자가 편하구먼 움하하!" 하며 정신승리를 하곤 했다. 그러던 내가 이렇게 정성스럽게 연애를 주제로 글을 쓰는 이유는 뭘까?


역시 아직은 '온전한 싱글' 임을 받아들이기엔 부러움을 느끼는 순간이 많다. 멋진 곳을 보면 누군가와 함께 가고 싶고 맛있는 음식을 보면 나눠먹고 싶다. 도시락을 싸서 피크닉을 가고 싶고 배부르면 손을 잡고 호수공원을 산책하고 싶다. 힘들었다는 투정을 귀엽게 바라보며 불안한 하루를 버텨낸 그대를 토닥토닥 안아주고 싶다. 계속 외면하다 갑자기 웬 주책이냐고?


제법 선선해진 어느 평온한 주말, 돗자리에 함께 누워 인생얘기를 나누던 커플이 생각이 났다. 그곳에 나도 너와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 유난히 파랗고 청량한 하늘에서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아서랄까?

사랑의 힘은 강력하다. 치유를 동반하고 웃음을 준다. 희망을 품고 멋진 미래를 꿈꾸게 하며 나를 더 성장시키는 소중한 영양제가 되어준다.
우리가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할 이유이다. 어떻게, 한번 더 사랑의 힘을 빌려볼까?
어쩌면, 좋아하게 될지도 몰라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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