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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필통 Nov 23. 2022

나의 Soul food

새벽 6시 알람을 맞춘 채 눈을 떴다. 고요하고 적막하다. 거창한 명상이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려 이른 새벽 눈을 뜬 게 아니다. 뜬금없고 당황스럽기 그지 없게 새벽 부터 내 소울푸드를 고민해보기로 했다. 식욕이 많은 나에게 소울푸드는 고르기 힘든 주제이다.(돼지한테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안되지..) 이토록 한 주제를 대상으로 고민했을 때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너무 많은 음식이 떠오른다.


비가 올 땐 맵고 칼칼한 짬뽕이, 추운 겨울엔 뜨끈뜨끈한 길거리 호떡, 세련된 MZ세대가 자주 찾던 수제버거, 한식이 당길 땐 갈비, 큰 행사를 끝내면 노릇노릇 삼겹살에 소주 한 잔과 절로 나오는 ‘캬아 이 맛이지!’. 대한민국 대표 초딩 입맛을 가진 나로서는 건강보다는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한다.


짜고, 맵고, 달달한 맛이 반복된다. 자취를 오랫동안 해서인지 건강한 맛은 더욱 사양한다. 특히 야채가 많이 들어가있는 음식은.. 우웩.. 저절로 소식하게 되는 식단이다.




나에게 소울푸드를 고르는 것은 세계의 난제 중 하나를 고르는 것보다 어려운 문제이다.

신나는 음악 vs 발라드 음악, 짜장 vs 짬뽕, 송대관 vs 태진아 등등.. 이걸 어떻게 고르란 말인가 ..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가도, 운전하다, 핸드폰을 보다 문득문득 생각이 들곤 하였다.


‘그래서 뭐가 내 소울 푸드지?..’


오랫동안 나를 고민하고 연구?한 결과 한 가지 음식을 꼽았다.

음식이라고 하기에도 머하고 요리라고 하기에도 민망하지만 내가 어렸을 적부터 굉장히 좋아하는 달걀프라이를 선택했다. 세상에! 그 맛있는 음식들을 놔두고 달걀프라이라니?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달걀프라이는 나에게 너무 특별하다.


나는 어릴때 부터 줄곧 달걀프라이만 찾는 아이였다. 고기반찬이 없어도, 햄 반찬이 없어도 달걀프라이만 있으면 밥 한공기는 거뜬하게 해치웠고, 성인이 되어서 자취하는 나는 한 끼에 달걀프라이를 4개씩 먹는 달걀귀신으로 성장해있었다. 나에겐 달걀이란 동네에 조그맣게, 그리고 오랫동안 늘 같은 자리에 머무르는 구멍가게 같은 느낌이다. 화려한 대형마트는 아니어도, 다양한 물건을 파는 다이소가 아니어도 실속있게 필요한 것만 모아놓은 나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존재이다.


요리하기도 편하고, 달걀의 단백질은 근육형성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며, 칼로리도 낮고 가격도 저렴하다. 이런 알토란 같은 음식을 어찌 내가 배신하오. 물론 고급 레스토랑에서 파는 로브스터 음식이나 한우 소고기를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해지지만 언제든 편하게, 그리고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달걀프라이가 나에게는 소울푸드인 것 같다. 유려한 추억이 섞여 있는 맛이 아닌 늘 그렇게 내 곁에 있어주었으니깐.




먹는 걸 좋아하는 나는 더욱 발전된 삶을 살고 싶은 이유 중 하나가 식욕이다.

눈치 보지 않고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삶이 부럽다고 해야할까?


예전 유튜브를 볼 때 연봉이 100억 넘는 사람이 컵라면을 먹자 소고기나 캐비어 등 고급음식을 먹지 왜 컵라면을 먹느냐고 물어보았고 굉장히 멋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여러분 소고기든 컵라면이든 가격 신경 쓰지 않고 먹고 싶은 음식을 매일 먹다 보면 컵라면도 맛있습니다. 저한테는 소고기나 컵라면이나 다르지 않아요 ^^"


아니 뭐랄까, 굉장히 어이없고 재수 없지만 멋있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매일, 그리고 마음껏 먹는 삶을 사는 것도 부러웠고, 그의 재력이나 능력도 부러웠으며, 다수의 공격을 대차게 그리고 여유 있게 받아내는 모습이 존경스럽고 대단했다.


그래서 이후 나는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나에게 소중한 존재에게 음식을 대접할 때 양 보단 맛을, 가격이 아닌 음식의 질을 고려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누군가가 나를 비난해도 허허 웃으며 넘길 수 있는 마음이 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하면서 이루기 힘들겠지만, 착실하게 하루를 살아내다 보면 분명 해낼 수 있을 것이란 자신이 든다. 내가 목표를 어느 정도 이루었는지 어디쯤 와 있는지는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지만 확실한 건 그런 사람이기를 바랄 뿐이다. 진정한 마음에서 나오는 여유와 겸손, 그리고 나누며 사는 사람. 자극적이지 않고, 너무 달지 않지만,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달걀프라이 같은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그래서 나에게 소울푸드가 머냐고?

니가 살꺼야? 그럼 꽃등심, 나 혼자 먹으라고? 그럼 난 달걀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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