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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필통 Nov 24. 2022

상처는 아문다, 또는 치유된다

서툰 그 남자의 일기


3주 전 나의 불찰로 인해 수술한 손가락으로 인해서 모든 것이 불편했다.


샤워를 할 때는 붕대를 꽁꽁 싸맨 채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샤워를 해야 했고, 가기 싫은 병원을 몇 번이고 실랑이 끝에 무거운 발걸음으로 향하곤 했다.


그랬던 손가락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기 시작했다. 벌어졌던 피부가 꽤 많이 붙었고 더 많은 각도로 자유도가 증가했다. 이런 상황을 보고 상처가 아물고 치유됐다고 말한다. 시간의 차이겠지만 어쨌건 상처는 아물고 치유된다. 아팠던 내 손가락이 그러하듯이.




며칠 전 아침, 불안한 전화를 받은 채 잠에서 깼다. 서울에서 오랜만에 뭉치기로 한 가장 친한 친구 무리 중 한 명이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을 했다고 했다. 가뜩이나 최근 직장을 잃어 힘들어하던 친구였는데 위로차 병문안을 가겠다고 하니 코로나 때문에 쉽지 않단다. 왠지 모를 미안한 마음에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로 전화를 눌렀다.


"병문안도 못 가보고 미안하다 얼른 좋아져야 할 텐데 어쩌냐. 힘들어도 밥은 꼭 챙겨 먹어 체력이 좋아야 회복도 얼른 하는 거니깐. 너 퇴원하면 애들이랑 시간 맞춰서 한번 올라갈게. 부모님한테 꼭 안부 전해드리고. 암튼 얼른 나아라 나중에 보자!" 아쉽지만 2박 3일 서울 일정은 그렇게 시도해 보지 못한 채 짧은 통화로 대체되었다. 심신이 모두 지친 내 가장 깊은 벗 L군, 어서 빨리 상처가 치유되길 바라본다.




이별을 맞이한지 어언 1년이 되어가지만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고요하고 적막한 공간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지면 그때의 유려한 추억이 쓰라린 기억으로 바뀌었다는 사실만이 나를 감싸고 돌아 우울감이 커지곤 했다. 무언가에 몰입하고자 전지훈련을 핑계로 부산의 이곳, 저곳 여행을 다니다 책방 골목에 들렀다. 헌 책의 종이 냄새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조그마한 '쉼'이 있는 곳이었다. 그렇게 쉼을 청하고 있을 때 눈에 띄는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먼 곳만 보느라 가까운 행복을 잃어버린 당신에게'

이 한 권의 에세이에서 나는 어떤 쉼이 필요했고, 어떤 상처를 치유받고 싶었을까?


언젠가 내 존재 자체가 상대방에게 아픔이 된 경우가 있었다. 내가 처한 상황과 환경이 노력이 큰 상처를 줬던 적이 있었다. 열심히 살아보려고, 좋은 사람이 되어보려고 하면 할수록 관계가 틀어져 버린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누구에게도 상처 주기 싫고 상처받기 싫었다. 하지만 아픔을 채 느끼기도 전에 상처의 깊이는 점점 깊어져만 갔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상처를 받은 사람도 흉터가 남지만 상처를 준 사람도 흉터가 남는다는 사실이다. 결국 남아버린 흉터는 다시 두려움을 안고 찾아온다. 누군가에게 준 상처가 다시 나에게 돌아올 것이란 불편하고 두려운 상상, 이미 무너져버린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발악해 보던 온갖 노력들, 상처를 받고 조금씩 무너져내리는 상대방을 지켜보며 버텨내야 했던 지독한 하루의 굴레, 누군가와 부딪히면 또다시 다쳐버릴까 만남조차 멀리하려는 과잉보호 같은 것들. 그러한 걱정과 불안들이 쌓여 만든 깊고 커다란 동굴 속에서 숨어 지냈던 혼자뿐인 하루.

너무 힘든 상황에 처해 있으면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사치로울 때가 있다. 사람들에게 억지로 웃어 보이며 아프지 않고 씩씩한 사람인'척' 무던히도 애를 썼던 그때가 생각이 났다.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차라리 시원하게 털어놓고 상처를 나누었다면 아픔의 무게가 절반쯤 줄어들고 없었을까?




허름한 골목에서 우연히 발견한 에세이 한 권에 마음이 녹는 듯 했다. 춥고 어두운 동굴을 지나 따스한 햇볕이 조금씩 나의 몸을 녹이듯, 애써 모른 체 했던 복잡하고 미묘한 마음의 을 날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다시 용기가 났다. 누군가에게 일방적인 마음을 주고 상처를 받아도 버텨낼 수 있는 용기.



나는 또다시 오늘을 살아야 한다. 깊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쨌건 상처는 아문다. 또는 치유된다.  

상처가 치유되면 내가 꼭 해야 할 것들이라고 생각한 다짐이 있다.


평범한 하루에 감사하기,

다칠까 봐 두려운 마음 내려놓기,

지나간 것에 대해 미련 남기지 말기,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반드시 일어나기,


그리고, 누구보다 반드시 행복해지기.

<출처 https://blog.naver.com/bar_remy/9014357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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