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그 남자의 일기
언젠가 내 존재 자체가 상대방에게 아픔이 된 경우가 있었다. 내가 처한 상황과 환경이 노력이 큰 상처를 줬던 적이 있었다. 열심히 살아보려고, 좋은 사람이 되어보려고 하면 할수록 관계가 틀어져 버린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누구에게도 상처 주기 싫고 상처받기 싫었다. 하지만 아픔을 채 느끼기도 전에 상처의 깊이는 점점 깊어져만 갔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상처를 받은 사람도 흉터가 남지만 상처를 준 사람도 흉터가 남는다는 사실이다. 결국 남아버린 흉터는 다시 두려움을 안고 찾아온다. 누군가에게 준 상처가 다시 나에게 돌아올 것이란 불편하고 두려운 상상, 이미 무너져버린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발악해 보던 온갖 노력들, 상처를 받고 조금씩 무너져내리는 상대방을 지켜보며 버텨내야 했던 지독한 하루의 굴레, 누군가와 부딪히면 또다시 다쳐버릴까 만남조차 멀리하려는 과잉보호 같은 것들. 그러한 걱정과 불안들이 쌓여 만든 깊고 커다란 동굴 속에서 숨어 지냈던 혼자뿐인 하루.
너무 힘든 상황에 처해 있으면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사치로울 때가 있다. 사람들에게 억지로 웃어 보이며 아프지 않고 씩씩한 사람인'척' 무던히도 애를 썼던 그때가 생각이 났다.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차라리 시원하게 털어놓고 상처를 나누었다면 아픔의 무게가 절반쯤 줄어들고 없었을까?
그래서 다시 용기가 났다. 누군가에게 일방적인 마음을 주고 상처를 받아도 버텨낼 수 있는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