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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필통 Jul 05. 2023

열렬(熱烈)한 애정(愛情)

열정의 다른 말,

AM 05:20.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나면 폼롤러에 등을 의지한 채 애타게 울려대는 알람을 넘긴다. 반쯤 감긴 눈으로 간단하게 밤 사이 지난일을 확인하며 오늘 하루가 어떻게 흘러갈지 그려본다. 큰 이슈없이 하루가 무탈하게 흘러가길 약간은 바라면서도.


주섬주섬 옷을 입고 차에 시동을 건다. 목적지에 가는 길 오디오에선 어제 듣다 잠든 음악이 이어서 흘러나온다. 자기 전엔 잔잔한 음악만 듣는 나로서는 여전히 졸리기만 하다. 리듬을 바꾸기 위해 약간은 템포가 빠른 음악들을 선곡하다 보면 어느새 운동 센터에 도착하게 된다.


새벽 운동하는 공간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땀을 흘린다. 20대부터 60대까지, 주부부터 회사원에 고시생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사람들의 호흡이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처음엔 이 사람들이 마냥 신기했지만 새벽 운동 2년 차에 접어드는 나의 존재 자체도 다른 사람들에겐 신기하게 느껴질는지 모르겠다.

 

아침 일찍 땀에 젖은 머리를 넘겨 가며 직장에 도착하면 존경과 의심 사이 어디쯤으로 보이는 동그란 토끼눈을 하며 묻는 이가 있곤 한다.


"새벽에 또 운동하고 온 거예요?"

"네, 루틴이니깐 해야죠."

"대단하네요 그 열정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예요?"

"음.. 글쎄요?"


 






열정,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갖고 열중하는 마음이다.  


누군가 "어디서 그런 열정이 나오는 거죠?"라고 물어본다면 "글쎼요?"라며 성급하게 대화를 넘기곤 한다. 마치 대단한 겸손에서 나오는 형식적인 방어막이 아니라 열정이라는 마음이 원래 갖고 싶다고 생기는 것도 아니고 포기하고 싶다고 쉬이 포기가 되는 것이 아니지 않던가?


그렇다고 특별한 존재에게만 운좋게 주어지는 달콤한 사탕같은 선물은 분명 아닐테다. 

분야가 다를 뿐, 우리는 무엇인가를 대할 때 열렬한 애정을 갖고 접근하는 분야가 분명 존재한다.


운동에는 영 관심이 없지만 영어공부에는 열을 올리는 대학생이 있고, 퇴근 후 본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수를 올리기 위해 열심히 동영상을 편집하고 있는 이가 있다. 짝사랑인 줄 알면서도 누군가에게 열렬한 마음을 쏟는 사람도 있을 테고,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 일방적인 헌신을 쏟는 부모님도 있다.


형태가 다를 뿐, 우리는 모두 열정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고 있었고,

의미가 다를 뿐, 우리는 모두 무엇을 얻기 위해 열렬하게 애정하고 있었다.


나이나 성별, 분야를 거르지 않는 열정이라는 마음 하나로 어떤 이는 젊어지고, 어떤 이는 혼신의 힘을 다하기도 하며, 청춘의 가슴을 뛰게 한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비로소 무언가에 열렬히 애태우던 마음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것이 아닐까?


내 나이 30대, 아직 열렬히 살아가기 좋은 나이임에 감사하다. 

열렬한 애정, 너무도 늦지 않게 너무도 빠르지 않게 알게 되어서 무한한 마음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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