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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필통 Jan 15. 2023

때론 넘어지며 달리는 법을 배웁니다(1화)

좌충우돌 새싹들의 성장기


여러분은 혹시 '세팍타크로'라는 종목을 알고 계시나요?

동남아에서 처음 시작된 이 스포츠는 배구와 족구가 섞인 경기인데요. 발로 하는 배구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저는 야구선수이자 야구지도자로 오랫동안 활동했기에 처음 감독을 맡게 된 이 종목이 생소하고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저희 학교가 여고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여학생들에게는 이 스포츠가 얼마나 어렵게 다가올지 쉽사리 가늠이 되질 않더군요.


생소한 종목인 세팍타크로를 경험 하고 싶다면 적어도 고등학생은 되어야 합니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학생들이 접해볼 수 있는 환경은 커녕 보통 사람들은 종목의 존재 여부도 모르니 처음 감독으로 왔을 땐 야구와 너무나 다른 환경이 참으로 낯설었습니다. 게다가 3명이 뛰는 시합에 저희 학교 선수는 고작 3명뿐, 누구라도 다친다면 시합은 기권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운동 경험이 적다는 건 다양한 불안을 초래합니다. 근력과 기초체력이 부족하니 조금만 훈련을 강하게 하면 아이들은 금세 아프기 시작했고, 운동선수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도 너무 부족했습니다. 비인기 종목에 미래도 보장되어 있지 않으니 하루가 멀다 하고 운동을 그만두겠다며 저를 협박(?) 아닌 협박으로 곤란하게 만들곤 했죠.


의욕 없는 아이들, 관심 없는 부모님들, 자리에만 만족하고 연연하는 지도자들.

오자마자 저는 꼭 30년 된 자동차를 본 것처럼 여기저기 수리해야 할 곳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모른 척, 최선을 다하는 척하며 적당한 선에서 해야 할 도리만 해도 되겠지만, 점점 팀에 애정이 생기다 보니 반드시 성장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앞선 경험들로 학교로 초청이 된 상황이었기에 더욱 팀을 정상화 시켜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결과 중심이 아닌 성장 중심으로 팀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운동선수이건, 학생이건, 어쨌든 우린 모두가 성장해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거죠.




가장 처음으로 노력한 일은 아이들의 생각을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습관처럼 하던 말이 "비인기 종목이라 열정이 안 생겨요, 이쪽으로 진로를 나갈 것도 아닌데 대충 하면 안되나요?"라는 말로 핑계 삼곤 했으니까요. 저는 아이들에게 반문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도 너희에게 선택을 강요하진 않았어. 너희가 선택해놓고 무책임하게 포기하고 싶은 이유를 비인기 종목 때문이라고 타협하고 있는 거야.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대충 해도 된다고? 불과 50명도 안 되는 이 작은 울타리에서도 앞서나가려는 마음이 없는데 포기하고 다른 것을 선택한다면 그 마음이 쉽게 생길 것 같아?

노력이라는 건 그 사람의 능력이자 살면서 반드시 갖춰야 할 습관 같은거야. 대충대충 사는것도 습관이 되기 때문에 참 무서운 거야. 잘나가는 사람은 종목이나 환경 탓을 하는 사람이 아니고 어떤 상황에서도 있는 힘껏 매 순간마다 혼신의 힘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아이들은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꽤 당황하는 눈치였습니다. 하지만 밥을 먹는 중에도, 훈련 중에도, 수업 중에도 아이들을 만나면 열심히 제 생각을 전달했습니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 이해하긴 참 어려운 이야기였지만 고맙게도 아이들의 행동에는 조금씩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운동에 관해서 먼저 질문하기 시작했고, 훈련 프로그램이 종료되어도 스스로 부족한 훈련을 찾아서 훈련을 하기도 했으며 훈련을 통해 보람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조그마한 마음의 변화로 인해 보이지 않던 길을 보기 시작했던 거죠.


야구라는 철저한 경쟁 사회에서 어린 나이부터 살아남으려고 넘어지고 부러져도 버둥대고 일어나며 버텼던 제가 평범한 환경에서 보통의 학생으로 자란 아이들의 생각을 바꾸기란 꽤 힘들고 어려웠던 과정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저는 단지 넘어지고 길을 잘못 들어도 꾸준히 달리는 법을 배우는 제자들이 되어 주길 바랐을 뿐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알고 있을까요? 딱딱한 말들로 아이들을 나무라던 제가 훨씬 더 많이 넘어지고 패배했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때론 넘어지며 달리는 법을 배웁니다 2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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