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삶의 마중물

마중물 같은 삶이 되기를

by 별바라기

*2026. 2.19. [라라크루 목요일에 만난 자연] -삶의 마중물-


설을 쇠려고 일찍 집을 나섰지만 더 부지런히 나선 사람들로 고속도로는 이미 구간구간 막히고 있었습니다. 목도 축이고 허리도 펼 겸 휴게소에 들렀는데 인파가 엄청났어요. 근래 들어 가장 많은 사람 구경을 했던 것 같아요. 양손에 마실 것과 먹을 것을 들고 행복해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마중하려고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을 떠올려보니 부디 고속도로가 막히지 않고 뻥 뚫렸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솟아났습니다.


눈으로만 봐주세요

그러다 어디선가 졸졸졸 물소리가 들려 두리번거리던 찰나 만물 잡화점 구석에 가는 물줄기를 흘려보내는 작은 펌프에 나사못이 자석에 이끌리 듯 그 앞에 쪼그려 앉았습니다. 어찌나 앙증맞은 모습인지 본능적으로 만질뻔했지 모예요. 다행히도 한글은 읽을 줄 알아 움찔하려던 손을 바로 멈췄습니다.


어릴 적 마당 구석에 있는 펌프에 마중물을 한 바가지 붓고 열심히 손잡이를 움직이면 커억커억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다가 갑자기 팔에 묵직한 기운이 느껴질라 할 때에 더 기운차게 펌프질을 해대면 마법처럼 굵은 물이 꿀렁꿀렁 쏟아져 재밌어 하던 모습이 떠올랐어요.


"마중물"

제가 참 좋아하는 단어입니다. 졸졸거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생각했어요. 작은 물이 큰 물을 끌고 오는 마법, 작은 힘이 큰 힘이 되어 돌아오는 마법. 누군가의 삶에 저의 삶에 이런 마중물 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마중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욕심과는 다르게 달리다 막히다 막히다 달리다를 반복하는 고속도로였지만 휴게소에서 본 작은 광경을 눈에 담고 햇빛도 원없이 쬐고, 간만에 사색도 즐기는 지루하지 않은 고향길이었습니다.


우리 브런치 작가님들과 독자님들, 라라크루 식구들은 어떤 마중물을 꿈꾸며 기대하고 계신가요?

음력 새해가 밝았습니다. 각기 다른 삶 속에 각자의 작은 마중물을 만나 큰 일을 이뤄가 가시는 새해 되시길 별바라기가 응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넙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