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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Dec 08. 2021

죽음의 공포

다름을 인정. 무서움을 인정. 한계를 인정.

매끈한 승용차가 도로를 미끄러지듯 달려 나간다.

곡선의 디자인과 매끈한 몸매는 고급스럽다.

가끔 사람들의 부러운 소리도 듣고

이쁘다는 말도 들었다.

잘 닦고 가꿔 온 내 승용차에 건 자부심도 대단했다.


그런데 어느 날 세단 같은 승용차를 끌고 일터로 나갔다.

거긴 덤프트럭 두대가 버티고 있었다.

무언가 하려 하면 덤프가 웽웽 소음을 내며 주변을 맴돌았다.

같이 달리기라도 하면 중압감에 밀려 겁부터 났다.

크락션 소리도 어마 무시하다.

성난 파도같이 둘이서 덤벼들면 승용차는 소리 소문 없이 찌그러질 것이다.

찍 소리도 할 수가 없다.

사이로 비집고 피하려 해도 덩치 둘이서 길을 가로막는다.

꼼짝없이 갇히고 만다.

생김새만큼 굉음도 크고 잘 닦인 길도 밀어 버린다.

부드럽게 길 위를 달리고 싶은데 묵직한 무게로 길바닥도  갈아 버린다.

육중한 바퀴는 금세라도 승용차 따위를 집어삼킬 것만 같다.

아무 탈 없이 정해진 길로 잘 빠져나가면 다행이지만 행여 덤프들의 쉼터에 일터에 승용차는 어울리지 않는다.

아니 위험하다.

그래서 각자 있어야 할 곳이 있다.

믿고 싶지 않지만 각자 견딜 수 없는 곳이 있기 마련이다.

생명의 위험은 겪어봐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위협감이 들고 무섭다는 걸 인정하고 내가 있을 곳이 아님을 빨리 알아차려야 한다.

덤프가 승용차 앞에 버티고 웽웽거려야만 무서운 게 아니다.

존재 자체가 승용차에게는 공포이다.

정해진 길로 아무 탈 없이 지나가는 타인과 같은 삶으로 돌아가라고 말해 주고 싶다.

내 목숨은 가장 소중하다.

목숨을 끊으려 하기 전에 공포를 인정하고 나만 오로지 나만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

모든 걸 다 이길 수도 없고 모든 상황을 다 이해할 수도 없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넌 참을성이 없어! 끈기가 없어! 따위의 주변 말은 무시해라.

그래서 가끔은 세단 같은 승용차는 덤프트럭과 같이 어울릴 수 없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서로 존재해야 하는 곳이 다르다.


다시 승용차는 이쁘게 닦고 가꿔

매끈한 도로를 미끄러지듯 달려 나갈 것이다.

날씬한 몸매만큼 쭉 빠진 도로를 지나 세상 어디든....

글.그림-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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