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지 못해 미안!

왕따친구의 도움

by 모아

아주아주 오래전 기억도 가물 가리는 초등학교 시절

다른 건 기억이 희미한데 또렷이 컬러사진처럼 선명한 기억이 있다.

어린 시절 나는 장이 쉽게 탈이 나던 터라 자주 배탈로 고생을 했다.

그날도 1교시부터 살살 아프던 배 때문에 온통 신경이 쓰여 갈팡질팡 하고 있는데...

2교시 쉬는 시간 그것도 다 끝나갈 무렵 본격적인 복통이 화장실을 가라고 말을 한다.

그러나 급하게 달려간 화장실에 빈칸이 없다.

딱 한 칸 빼고

문고리가 고장 나 아무도 쓰지 않는 칸이다.

너무 급해서 거기라도 어떻게든 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급하게 간신히 아주 무사히 볼일을 마치고 옷을 올리는데 종이 울렸다.

다급히 마무리를 하고 화장실 문을 열려고 하는데 열리지 않는다.

아무리 고리를 흔들고 당기고 빼려고 해 봐도 빠지지 않는다.

울고 싶었다.

흔들고 당기다 문틈으로 밖을 보니 우르르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쿵쾅쿵쾅 수업시간에 늦어 본적도 선생님께 혼나 본 적도 없을 만큼 소심하고 바른 학생이었던 나에게는 종이 울렸는데 교실에 없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아무도 없나? 싶어 문틈을 비집고 보니 한 아이가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지 얼굴은 잘 보이지 않고 아이가 있다는 것만 보인 터라 난 무조건 "저기, 이것 좀 도와주면 안 될까? 나 문이 잠긴 것 같아"했다

인기척이 들리고 그 아이가 문 앞으로 왔다.

다행이다 싶어 올려 보니 그 아이는 우리 반에서 왕따를 당하는 아이였다.


일 년이 다되어 가도록 나는 그 아이와 말 한마디 해 본 적이 없는 그야말로 반에 있으나 없으나 잘 모르는 그런 친구!

게다가 늘 계절과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다녔으며 늘 같은 옷을 오랫동안 입었고 머리도 잘 감지 않는지 친구들은 그 아이 옆에 가면 냄새가 난다고 했었다.

난 그냥 관심이 없었다.

왕따가 뭔지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런 게 왕따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친구들은 늘 그 아이가 보이면 모여서 수군덕 거리며 그 아이를 피했다.

그리고 그 아이가 가까이 오거나 말을 걸면 친구들은 짜증을 내며 저리 가라고 했다.

그리고는 그 아이 책상에 몹쓸 것들을 가져다 놓고 더럽다고 학교에 오지 말라고 하던 친구도 있었다.

그 아이가 없을 때는 가방을 뒤져 책상을 어지럽혀 놓고 책을 숨기기도 했었다.

그러면 그 아이는 책이 없어진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수업시간 내내 그냥 앉아 있었다.

선생님이 왜 책을 가져오지 않았냐고 물어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친구들은 그 아이가 보는 앞에서 책을 가져가고는 주지 않기까지 했다.

그런 날도 선생님께서 왜 책을 가져오지 않았냐고 꾸중하면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때마다 나는 좀 전에 oo이가 가져 가는 걸 봐놓고 왜 선생님께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지?라고 생각하면서 무척 답답해했던 것 같다.

하지만 거기까지 그런 친구를 대신해 선생님께 얘기를 해 주지도 혹은 장난이 심한 친구들을 말리거나 그 어떤 것도 나는 하지 않았다.

늘 그냥 먼발치서 남의 일 보듯이 지켜보고 있었을 뿐

사실 별로 염두에 두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염치가 있어서인지 어째선지 그 아이라는 걸 알고 난 후 더 이상 도와달라고 말을 하기가 미안해졌다.

우물쭈물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데 그 아이가 다가와 밖에서 틈으로 손을 넣어 고리를 풀려고 했다.

밖에서 잠긴 거라 생각했는데 고장 난 고리는 안쪽에서 잠긴 것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문고리 때문에 애를 먹었는지 고리 주변 나무문이 파이고 깎여 아이손이 들어갈 만큼 틈도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종이 치자마자 우르르 모두 교실로 달려갔다.

이렇게 나를 도와주고 있으면 이 아이도 선생님께 꾸지람을 들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 말 없이 그 아이는 계속 문과 씨름을 하고 있었다.

달그락 소리가 나고 고리가 빠졌다.

늦었지만 나는 바로 나갈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평소에 친구들과 같이 왕따를 시킨 건 아니지만 아닌 것도 아닌 채 무시하며 일 년이 다 되도록 한마디도 못한 이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 아이는 그런 나를 알았는지 유유히 몸을 돌려 교실로 향했다.

나는 천천히 화장실을 빠져나와 그 아이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 아이의 뒤통수에 데고 내가 한 말은 "미안해"였다.

나도 모르겠다 왜 그랬는지....

그리고는 너무너무 부끄러워 교실로 뛰어갔다.

그때가 초등학교 3학년쯤이었던 것 같다.

교실로 들어가자마자 선생님께 자초지종을 말했고 선생님은 그냥 알았다고만 하셨다.

그리고 그 뒤로도 나는 그 아이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마음 같아선 친구들에게 말을 하고 아이들과 같이 어울릴 수 있게 만들고 싶어 몇 번을 상상했지만 결국 한 해가 다 가도록 나는 그 아이를 위해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다.

여러 명의 아이들이 한꺼번에 만들어 놓은 편견은 쉽게 깨지지 않았다.

예전 교실에는 60명 가까운 아이들이 오밀조밀 한 교실에 있었다.

그런데도 학기초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왕따의 존재는 일 년이 다 가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그 편견을 깨고 내가 주변 친구들에게 저 아이에 대해 좋게 얘기를 해볼까 했다가도 나마저 혹시 저렇게 될까 봐 나는 끝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아이도 더 이상의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다만 가끔 그 아이와 눈이 마주치면 자꾸만 나에게 뭔가를 해달라고 하는 것같아서....

나 혼자 눈도 잘 마주 치치 못하고 피했다.

실은 그냥 나와 친구가 되고싶었는지도 말이 하고 싶었는지도....

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