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그냥 좋았는데

나의 결혼....

by 모아

밤새 우르르 쾅쾅 으르렁으르렁 데던 하늘은 아침이 되어도 쉬이 사그라들지 않고 먹구름만 잔뜩이다.

뭣에 화가 났는지 찡그린 채 으르렁 거리다 이젠 또 눈물바람이다.

무슨 일이람

밤새 하늘아 하늘아 외치던 사람은 강아지를, 고양이를 찾았을까?

반려동물을 키우는 같은 입장에서 잠결에 들리는 애타는 목소리에 창문을 열어 남편과 열심히 강아지일까 고양이 일까 어떡하나 근처에 오면 같이 찾아줄까? 하며 새벽녘 에나 잠이 들었었다.

눈뜨자마자 또 그 목소리가 생각났다.


비가 오네...

우린 가진 게 너무 없는 그냥 둘이서 서로 좋기만 한 철없는 어른이었다.

둘 다 가족으로부터 상처가 많았고

둘 다 동물을 너무 좋아하고

둘 다 철이 없었다.

돈 그까짓 거 없음 없는 데로 살면 되지 뭐

돈도 없는데 가족끼리 쥐어뜯고 싸우고 네 탓 내 탓하며 상처주기 바쁜 우리 집

아빠가 가장 이길 포기하고 술독에 빠져 식구들을 차라리 내팽겨 치면 좋을걸 꼭 부둥켜안고 흔들어 대는 통에 숨도 못 쉬는 우리 집보다는....


일찌감치 돌아가신 아버지 밑에 배다른 5명의 딸과 2명의 아들... 그리고 암으로 이미 돌아가신 누나까지... 경제적 형편도 좋지 않은....

우리 집이 더 어려운지 남편의 집이 더 어려운지

남들이 보면 기가 찰 노릇

다 뜯어말릴 여건 이건만 그땐 정말 눈에 콩깍지가 단단히 씌어 그 사람 외에는 서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뭐가 중요해!

우리 집에선 난리가 났다.

왜 그러냐고? 나이도 8살이나 많고 홀시어머니에 시누이가 5명! 집은 평범에서 기우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고!

그때도 우리 집에선 날 달래거나 설득하거나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무턱대고 나만 보면 불같이 화만 내는 엄마

매일같이 술만 마시는 아빠

그날도 똑같았다. 아니 술을 마시고 온 아빠가 나에게 폭력을 쓴 건 처음이었다.

남편이 사들고 온 홍삼이 들어 있는 나무 박스를 나에게 냅다 던졌다.

그냥 나는 벗어나고 싶었다.

그 집구석을 그냥 좀 떠나면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동생과는 달리 나는 유달리 예민하고 소리에도 민감한 똑같은 강도의 충격에도 사람마다 반응은 다른 거니까 아파할 수 있는 거지.....

하지만 그것마저도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래

그게 뭐가 아파! 그걸로 아프다고 하면 앞으로 어떻게 살래?

너는 첫째니까 엄마 편이 되어줘야지... 넌 첫째니까 동생을 감싸줘야지.....

내 정신도 지키기 힘든데 모두가 날보고 더 이해하고 도와주라고만 했다.

정말 그때는 이 사람이 아니면 내가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아팠다.

무턱대고 나는 탈출을 감행했다.

이렇게는 힘들다. 나는 가진 게 없다고 말하는 남편을 설득했다.

먼저 전세 500만 원에 달세를 주고 지하 점포에 스튜디오를 차렸다.

최소한의 인테리어를 위해 기본 인테리어가 되어있는 곳을 찾아 시설비도 200만 원 더 줬다.

그리고 스튜디오를 오픈하고 장사를 시작했다.

조금씩 준비를 해서 집도 구하고 결혼 준비도 할 생각이었다.

가진 게 없다는 남편 대신 내가 집을 구하면 남편 부담도 덜어주고 결혼도 빨라질 것 같아서 그래서 서둘러 집을 알아봤다.


26살.....

시어머니는 이런 나를 기특하게 아니 미안하게 당연히 그렇게만 생각해 주실 줄 알았다.

하지만 내 생각은 틀렸다......

시어머니는 내 생각과 달랐다.

지금 생각해보니 시어머니에게 남편은 아주 대단한 아들이었었나 하지만 그렇다기에는 아들을 그다지 챙기고 보살피던 어머니도 아니셨던 지라...

그저 옛날 사람들 아이 키우듯 나가 놀아라 하던 많은 자식 중에 한 명! 일뿐 아이가 이틀 정도 집을 나갔다 와도 모르시는....


모두가 나를 뜯어말리는 상황인데

유독 시어머니만 무척 당당하셨다.

물론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뭘 해줄 수 없다고 굽신되야한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사회적으로 남들이 다 가지는 보편적인 통념은 가져야 할 것 같아서.. 지금 본인의 상황을 인지는 하셔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결혼을 한다는 어린 나를 보고도.... 다들 시어머니가 엄청 좋아하시겠다. 그래도 시댁에서는 떠받들겠네... 하는데... 미안한 기색은커녕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야 마는 어머니를 보며 잠시 그만둘까 생각을 했었다.


우리 아무것도 하지 말자. 결혼식도 최소로 식만 하게 준비하고 혼수도 예단도 아무것도 하지 말자고...

집도 우리가 알아서 우리돈으로 구하자고...

그렇게 말을 전하면 시어머니는 좋다고 하실 줄 알았다.

그런데 어머니는 친정 탓을 하며 애들이 그러자고 한다고 진짜 그런다고 하느냐고 투덜거리셨다고 했다.

우리 집 좋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난 정말 진심 아무것도 없어서 결혼을 하고 싶어도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남편을 위해 남편 집안을 위해 시어머니를 위해 한 말이었는데...

그만큼 우리 집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결혼 준비하면 된다는 뜻이었는데...

그렇다고 어머니가 남들 하는것처럼 결혼 준비를 해 주신것도 아니었다.

아니 그럴수 없다는걸 잘 알고 있었기에 했던 배려 였는데...

어머니는 그렇게 말을 하며 얼마를 가지고 오라고 했다.

주변 가까운 식구들에게 이불이나 선물 따위를 사서 돌리신다고... 그리고는 그 돈을 고데로 예물 사라고 돌려주셨다.

뭐 하자는 건지 사실은 아직도 잘 모르겠고 부질없는 그 걸 하시느라 우리 집을 함부로 말한 게 나는 아직도 화가 날 뿐이다.

그리고 그런 절차 따위를 지키거나 본인 뜻대로 하느라 내 마음에 상처를 남기는...

일단 현명하거나 미래를 생각하거나 혹은 지혜로운 어른은 아니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렇게 우린 말도 안 되게 결혼을 했다.

어머니는 한동안 나에게 심술 맞게 시어머니 노릇을 했다.

결혼 6개월 차 임신 6개월 차에 어머니는 본인 집 이사를 하는데 하루 전날 전화 한 통 없다고 화가 나셨단다.

형님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에게 전화해보라고.... 떨리고 무섭고 안 그래도 어려운데 화까지 나셨더니...

전화를 드렸다.

받자마자 소리부터 지르시며"엄마가 이사를 한다는데 너희는 전화도 한통 안 하고 엄마한테 그렇게 관심이 없냐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한다.

순간 나인걸 알 텐데.. 엄마라니? 너무 놀라고 손이 떨리고 벙어리 마냥 죄송하다 말만 하다 전화를 끊고 말았다.

바보가 된 기분에 내가 어쩌다가 이런 대접을 받게 되었나 너무 억울하고 화나고 속상했다.

며느리가 아니라 딸이다 딸처럼 지내겠다더니 이런 걸 말한 거였나? 한참을 울었다.

그때가 딸아이 임신 6개월 차

임신했다는 소식에도 축하한다 말 한마디 없었고 겨우 남편 통해 전해 들은 말뿐.....

형님이고 어머니고 어느 누구도 나에게 안부 따위나 어떤 말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삿날 안 간 것도 아니고 하루 전날 전화 안 해서 이렇게 난리가 나야만 하나??

너무 딸 같아서? 왜 나에게 이토록 화가 난 걸까?

아삿날 나는 이삿짐을 날랐다.

이삿짐 아저씨들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극구 말렸지만 어머니는 말리지 않으셨다.

이사 후 부른 배를 끌어안고 바닥을 손걸레질하는데도 아무도 나에게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

어머니도 남편도 형님도....


결혼 전 우리 사귑니다. 하고 인사 간 날도 식구들도 많고 어른들 앞이라 어려워 선뜻 아무 말도 하지 못한 날 보고

제가 설거지할게요 안 했다고 어머니는 나에게 딱 한마디 하셨다. "많아니 배워야 하겠다"

이번에도 안 하면 친정집까지 욕 들어먹을까 억지로 억지로 임신한 배를 끌어안고 바닥을 닦았다.

그 뒤로도 어머니는 말로 상처를 주었다.

매번....


그래서 나는 혼자선 절대 시댁에 가지 않게 되었고

시댁 가는 일이 생겨도 뒤로 미루거나 남편이랑 다퉜다. 결국 명절이 아니면 가지 않게 되었다.

남편이 있으면 아무 말 없으시다가 남편만 자리를 비우면 어디가 아파서 병원을 갔다. 아직도 어디가 아프다. 이사를 해서 뭐가 뭐가 필요한데 그럼 너희는 냉장고를 사달라.

(우린 중고 냉장고가 고장 난 채 고치지도 못한 채 겨우 쓰던 시절에 )


한 번은"요즘은 힘든 일이 많은데 자꾸 주변 사람들과 싸울 일만 생기고 사는 게 힘드네요"한마디 했더니"니 인성을 생각해봐라"딱 한마디 하시고 말씀이 없으셨다.

그럴 때마다 왜 그러시지 왜 이러실까? 내가 그렇게 미운가? 왜? 신혼 초부터 전화를 드려도 늘 내 말에는 단답이나 공격적인 훈계? 가 전부인 어머니

점점 전화를 드리는 일도 줄어들다 이젠 드리지 않는다.

세상에 좋은 말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얼마나 싫으면 이럴까 싶어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을 뿐이다.

나에게 늘 못마땅해하며 비아냥 거리시는데 굳이 내가 할 일 하고 싫은 소리까지 듣고 나 혼자 속상해서 몇 년씩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속앓이 하는 게 너무 싫었다.


남편은 아주 이해심이 깊었고 친정 일이라면 뭐든 나보다 먼저 달려가 해결해 주었다.

친정 엄마는 아들을 얻은냥 사위를 찾았고 사위도 장모님을 어려워 않고 살갑게 굴었다.

그때마다 친정엄마는 그냥 고맙다 너 때문에 내가 산다... 늘 그랬다.

친정엄마는 반찬이며 모든 걸 신경 쓰기 바빴고 사위는 그런 장모님을 극진히 대했다.

나는 가기 싫다는 친정을 늘 억지로라도 끌고 가려고 했다.

알코올 중독 아빠가 간암으로 마지막 가는 그날까지 아들이 없는 우리 집을 대신해 사위는 장인어른의 변까지 받았다.


나의 아픈 이야기를 늘 한결같이 잘 들어주는 그런 사람.

우리 둘 만 있으면 난 그냥 천국에 있는 것 같았다.

남편은 고양이를... 나는 친정에서 키우던 치와와 할머니를 데려다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데로 하며 그야말로 행복하게 살았다.

돈은 없었다. 맘껏 먹고 맘껏 입을 수도 없었다.

주인집 안에 방하나를 얻어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기침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는 그런 곳에서...

그런 곳에 사는 우리를 주인 식구들은 무시하듯 대했고 전기세가 나올 때마다 오래된 중고 전자 제품을 써서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는 둥.... 사사건건 주인집 어른들과 자주 부딪혀야만 했다.

그렇게 힘들게 사는 걸 알면서 나에게 할 말 다하는 시어머니가 그때는 너무 무심하고 미웠지만 남편을 보며 참고 이해하려 했다.

하지만 사실은 아직도 그때 왜 나에게 차갑게 그래야만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시어머니 말마다 속상하고 화가 나도 어떤 말로도 시어머니께 대들지 않고 말대꾸하지 않음으로써 난 최소한 남편에 대한 예의를 다했다.


시어머니를 만나고 올 때마다 우리는 싸워야 했다.

난 어머니 말 속상하다 하면 남편은 온갖 말도 안 되는 핑계를 삼아 이래서 이랬다 저래서 그랬다. 어머니 입장만 해명하려 들뿐 내 입장에서 서서"그랬겠다.""그건 잘못된 거네.""속상했겠다""네가 이해 좀 해달라"와 같은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 딸이 자라니 그런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고 내가 "만약 딸내미가 시댁에서 그랬다면 어땠겠어? 이런 말을 들었다면?"하고 물으니 말을 못 한다.

요즘은 그래서 그냥 아무 말을 하지 않는 걸로 바뀌었다.

그래도 여전히 본인 엄마 편을 들고 싶은 건지도....


지금은 연세도 많으시고 몸도 편찮으시다 그런 언젠가부터 나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 바뀌셨다.

인사도 없고 인사를 해도 나는 모른 척하시던 분이 먼저 인사를 하시고 자꾸 전과 달리 챙겨주려 하신다

아이를 가져도 아이를 출산해도 전화 한번 없으셨고.... 뭐 먹고 싶은지 한 번을 안 물어보셨던 분이.... 나에게 아주 조그만 관심조차 없던 분이.... 나는 무시하고 일만 시키던 분이.....

이제 와서 뭐 먹고 싶냐? 고생스럽지? 그러신다.

나보고 이제 와서 뭘 어떻게 하라고....

난 아직 맘이 풀리지 않는다.

어린 마음에 상처가....

아니 풀릴 수가 없다.

이유 없이 그런 대접을 받아야 했던 게 이제 와서 어떻게 합리화가 될 수 있다는 건지....

게다가 본인의 엄마라고 우리 엄마는 그런 사람 아니다 하며 늘 싸고돌던 남편 때문에 더.....

그냥 인정만 해줘도 마음은 누그러지는걸....

그냥 그게 잘못된 거 맞다고 속상했겠다... 인정만 해줬어도....

본인에게는 한없이 천사 같은 엄마지만 나에게는 그냥 시어머니 라는걸.....

대한민국에는 아들에게 천사 같은 엄마와

며느리에겐 그냥 시어머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사람들이 있다.

조금만 더 현명하셨다면 가족이 더 평안할 수 있을 텐데...

되돌릴 수 없는 시간만 탓해본다.


날씨 탓이려니... 오늘따라 유난히 옛 생각이 난다.

좋은 기억만이면 좋으련만.. 이젠 다 괜찮겠지...

괜찮아지겠지...

나는 참.... 감정적으로 지친다.....

거르고 걸러도

후회도 용서도 없는 섭섭함만 채에 남는다.

이런 감정들은 언제쯤 잊혀질런지...

새록새록 아픈 기억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우리 둘만 있으면 우린 너무 좋았었고

지금은 딸까지 셋이 있으면 하루 종일도 우린 참 재미있다.

남편에게도 생각해보면 잊지 못할 만큼 가슴 절절하게 속상한 건 딱히 없다.


딱하나 본인의 엄마라고 늘 좋게만 포장하려던 그렇게 나를 이해시키려 했던 방법만 빼고....

지금 한 번이라도 아닌 건 아니라고 심한 건 심했다고 인정해주면 좋으련만...

본인의 엄마가 다칠까 상처 받을까 속상하실까 봐

없는 곳에서 조차 그렇게 말하지 못하는 걸까?...

모든 게 내 맘대로 되기야 하겠냐만 난 우선순위가 우리 가족인데

남편은 아닌 것 같아

가끔씩 많이 허전하다.

공허하게 부는 애꿎은 바람처럼 괜스레 안타깝다.

그랬으면... 그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