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볕을 따라 봄꽃 향기가 교실로 스며들던 즈음, 1학년 소정이(가명)가 상담 교실의 문을 두드렸다. 또래 아이들보다 키는 두 뼘이나 작고 유독 앳된 얼굴이었다. 낯설고 어색한 표정이었으나 소정이는 상담 시간에 빠르게 적응했다. 아이와 대화를 통해, 아이가 정서적인 돌봄에 허기진 상태임을 발견한다.
마음이 허약한 아이들 중에 상담 교사에게 유독 강하게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소정이가 그런 편이었다. 처음 만난 선생님에게 ‘선생님이 너무 좋아요.’ ‘나에게 수업 시간을 많이 많이 주세요’라고 하며 집에 가기보다 상담시간을 누리고 싶어 한다. 자신만을 바라보고 이야기 나누는 그 시간을 내심 즐거워하는 눈치다.
말로는 웃고 있지만 표정이나 눈꼬리는 경직된 아이의 얼굴. 그 마음의 외로움을 아이의 부모는 알고 있을까?
상담을 마치고, 1학년인 아이를 교문까지 배웅해준다. 아이는 아빠가 학교 앞으로 데리러 오셔서 아이와 함께 아빠를 만났다. 아이는 아빠를 보고 “학교 다녀왔습니다”하며 인사를 한다. 아빠도 “소정이 잘 갔다 왔어?”하고 묻지만, 아이도 아빠도 반가움이나 웃음기 하나 없는 메마른 인사이다.
한 학기 동안 소정이를 만나고 아빠를 만났다. 엄마는 집에 있다고 하는데 한 번도 보지 못하였다. 아빠도 청년다운 젊은이였다.
어쩌다 이른 나이에 아빠가 되었을까?
허기진 아이 뒤에는 마음이 허기진 부모가 있다.
초등학교 상담사로 가장 마음이 아픈 때는 감정이 굳어진 아이들을 만날 때이다. 미술치료를 통해 그려진 아이 모습,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의 마음이 마치 가뭄 속에 메말라 굳어지고 갈라진 땅 같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
태민이(가명)는 가족화를 그리면 아빠, 형, 자기를 그린다. 엄마가 있다고 하는데 엄마는 번번이 가족 그림에 등장하지 않는다. 또, 자신의 틀 밖으로 벗어나지 못하는 강박증의 성향도 보인다.
아이는 아빠와 함께 주말에 운동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아빠와 형과는 원만한 관계인 것 같은데... 이 아이가 이렇게 마음이 경직된 원인은 무엇일까?
태민이가 함께 살고 있는 엄마는 20대 후반의 젊은 엄마였다. 친구 엄마들보다 젊은 새엄마와 함께 살아온 시간, 새엄마가 참 좋은 분일 수도 있으나, 아이는 새엄마와 정서적 친밀감을 형성하지 못한 것 같다. 다 표현되지 못한 아이의 마음은 상담이 진행될수록 작은 미소를 띠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코로나 팬더믹이 진행되면서 부득이 상담이 종료되었다.
“자녀는 예리한 경청자이자 관찰자이다”
스탠퍼드대학의 윌리엄 데이먼 교수의 인생 특강을 정리한 책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에 나오는 글이다. 데이먼 교수는 ‘우리가 하는 모든 것들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부모의 영향력은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는다.
아이의 감정체계가 무너져가는 시간 뒤에는 부모의 사건이 있다. 때로는 어른들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아이들의 마음의 성장에 치명적일 수 있음을 되새겨본다. 아이의 문제 행동은 부모에게 보내는 신호와 같다. 아이의 행동들을 통해서 부모와의 관계를 점검하고, 마음과 마음이 서로 맞닿을 수 있는 가족. 가족이 마음이 머무는 공간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