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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 Jun 11. 2023

23살에 혼자 떠난 낯선 도쿄

: 도피 여행




                                     <당시 필름카메라로 찍었던 지하철과 도쿄타워>




2019년 立春이 지난 3월 4일. 난생처음으로 혼자 해외여행을 떠났다. 그리 멀지 않은 가까운 이웃나라 도쿄로. 여행을 결심한 계기가 따로 있었다. 대학 졸업 후 “나도 이제 내가 돈 벌어서 먹고살아야 되는데…”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막막함이 한숨으로 한숨이 화로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요동치다 우울감이 찾아왔다. 단기 알바든 프리랜서이든 뭐라도 해야 했지만 취업은 죽도록 하기 싫었다. 정말 끔찍할 만큼 하기 싫었다. 그러면서 누군가를 항상 의지해야 했다. 이기적이게. 그게 가족이 됐든 집이든 의존력을 버리자고 나름 생각해서 결정 내린 게 떠나는 것이었다. 허나 의지력이라곤 하나도 없는 상태라는 걸 내 몸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선뜻 항공권을 예매하지 못했다. 누군가로부터 의지만 했던 내가 혼자 낯선 나라에 가서 밥을 먹고 자고 해야 한다는 건 큰 용기가 따라야 했기 때문에 표 끊는 것부터 두려움과 무서움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몇 주를 고민하다 결국 나리타공항으로 가는 비행기 표를 끊어버렸다. 가는 날이 다가올수록 내 안에 무서움과 두려움이 커갔고 그 두 가지의 감정과 함께 비행기에 올라탔다.


도착하자마자, 이게 웬걸. 너무 재밌잖아? 떠나기 전 무서워하던 모습은 온대 간 대 없고 인터넷에서 수없이 보았던 거리가 내 눈앞에 있는 게 신기했는지 초롱초롱한 눈으로 도쿄의 건물을 빤히 바라보았다. 큰 캐리어를 요란스럽게 덜덜거리며 걷던 지하철의 거리도, 돈카츠를 먹기 위해 방문한 돈카츠 집도, 좋아하는 드라마에 나온 도쿄타워도. 핸드폰 화면 너머가 아닌 내 두 눈으로 직접 보았다.


도쿄에 와서 난생처음으로 하는 게 많다. 혼자 지하철을 타고 여유롭게 경치를 보는 것도 먹고 싶었던 음식점에서 혼밥을 하는 것도 그리고 여행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것도 23살이 되어서야 하게 되었다.


처음’ 이 단어는 사람을 참 신기하게 만든다. 설레게 만들기도 하고 무언가 잘 해내고 싶게 만들기도 하며 때론 처음이라는 거 때문에 무서운 감정이 들기도 한다. 


짧은 2박 3일의 여정을 마치며 다시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지만 때론 나의 앞길을 잘 모르는 게 현실이지만 비행기를 타고 집에 도착하게 되면 다시 우울의 굴레에 빠져 들 것만 같지만 내가 보고 걸었던 거리와 풍경. 나를 대해주었던 그들의 모습과 표정 또 그 모습을 보는 낯선 내 표정까지. 다시 만나는 날 고이 간직해서 생각날 때 하나씩 꺼내고 싶다. 그날의 공기와 향기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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