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 30년, 와이프도 30년

by Midlife Lab

"사회 생활한 지 30년 기념일이다. 축하한다. 동기들 30년 동안 밥 벌어먹고 사느라 고생했고..."


"그러게, 30년. 참 많은 일이 있었지, 앞으론 더 많은 일이 있으려나..."


"치열하게 사느라 수고들 많았어. 건강 잘 챙기고 조금은 여유 있는 사회생활 하도록 힘써 보자..."


"오늘이 30년째, 내일은 30년 +1일... 모두들 수고 많았어"


엊그제 28일 저녁에 카톡으로 온 메시지 일부다.


1월 29일은 이런 메시지를 주고받은 동기들과 함께 사회생활을 시작한 첫날이다.

말은 안 하고 있었지만, 다들 그 나름대로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지내왔을 거다.


문득 옛날 모습이 궁금해졌다.

오래된 앨범을 꺼내서 그 당시의 사진을 몇 장 찾아냈다.


1996년 1월 29일 회사에 입사해 강당에서 모여서 간단히 기념식을 하고는

바로 경기도 모처의 연수원으로 이동해서 2월 3일까지 그룹사 입사 교육을 받았는데,

그때의 단체 사진과 몇몇 개별 사진이 남아 앗다.

앳되고 풋풋한 동기들의 모습이 보인다.


30년 전의 나도 보이고... 30년 전의 와이프도 보이고.


사실 나로서는 사회생활 30년으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동시에 나의 와이프와의 공식적인 만남이 시작되었다는 의미도 있는 날이다.


왜냐?

입사 동기이면서 사내 커플로 발전해서 결혼을 했으니까.


옛날 연수원에서의 단체 사진 중 내 사진과 와이프 사진을 따로따로 휴대폰으로 확대해서 찍었다.


그리고는 가족 단톡방에 올렸다.


"아빠, 엄마가 일한 지 30년 됐다."


(와이프) "헐"


(둘째) "우와"


단체사진을 확대한 것이라 해상도는 떨어지지만, 훨씬 젊어 보이고 풋풋하다.


지난 시절 함께 살아오면서 와이프한테 종종 말했다.

내가 OO회사 다니면서 얻고 남은 건 당신밖에 없다고...


1996년 1월에 입사했던 회사는 불과 2년 만에 IMF의 파고속에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고

수많은 동료 선후배들이 회사를 떠나 각자의 살 길을 찾아 떠났다.


와이프는 나보다 1년 먼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길을 찾아 나섰고,

두 번째 직장을 거쳐 현재는 세 번째 직장에서 잘 다니고 있다.

(아마도 와이프는 나와 다르게 60세쯤에 정년퇴직을 할 것 같다.)


나도 와이프가 떠나고 1년 후에 대리로 진급한 후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서 다른 길을 찾아갔다.

(그리곤, 대관령 산길 굽이굽이 돌아가듯이 참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T.T. 오죽하면 북한까지 갔을꼬...)


이후 나와 와이프는 함께 사는 길을 택했고,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으면서 지금까지 25년간 헤어지지 않고 잘 살아오고 있다.


살면서 사람들은 여러 선택을 한다.

나 또한 수많은 선택을 했지만, 지금까지도 가장 잘한 것을 꼽으라면 와이프를 선택한 거다.

(이것도 나중에 한 꼭지로 정리해 봐야겠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파란만장하게 회사를 다니면서도 그럭저럭 잘 살아올 수 있었고,

큰 어려움 없이 아이들 키우면서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러 다녔다.

집도 사고, 부족하지만 재테크도 조금씩 하고....


어젯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중에 와이프가 묻는다.


"당신 대출이 얼마 남았다고 했지?"

"어... O억 O천 정도 남았지."

"그래, 잘하면 1억 정도는 갚아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오~! 땡큐. 주식이 좀 올랐나?"

"현대차, 삼성전자랑 뭐뭐뭐..."


와이프 잘 만난 거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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