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은 2주 만에, 한 명은 1주 만에
그만두었다.

by Midlife Lab

회사에서 일하던 동료 한 명이 지난 11월 말로 그만두었다.

개인적인 건강상의 이유였다. (그렇다고 아주 심각한 건 아니고...)

그분도 대기업을 30년 가까이 다니다 정년퇴직을 하고, 퇴직 후에 몇 개월간 폴리텍 대학을 다니면서

공조냉동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딱 1년 전인 2024년 12월에 에 이 회사로 입사를 했더랬다.

그랬다가 딱 1년을 채우고 그만둔 것이다.(1년만 하고 그만두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긴 했다.)


함께 일하는 동안 내가 자신보다 한 달 늦게 왔다고, 이것저것 알려 주고

그전까지는 변변한 업무 매뉴얼 같은 것도 없었는데, 본인이 직접 하나씩 만들어 가면서

나 보고도 필요한 거 있으면 추가하고 채워 넣으라고 하기도 했었다.


나는 그분보다 한 달 늦게 1월에 이 회사에 입사를 했다.

그러다 보니 어쨌든 그분은 나보다 인생에서는 몇 년, 이 회사에서는 1년 선배다.

업무상 교대 근무를 하다 보니 일반적인 직장인들처럼 오랜 시간을 같이 생활하지는 못하지만,

그분과는 서로 근무 교대로 인수인계를 하는 30분~1시간 내외의 시간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었다.

회사에 더 오래 있었던 다른 동료직원들도 5명이 더 있었지만, 그분과 대화를 많이 했다.

7명 중 가장 늦게 들어온 말단 2명이서 사는 이야기, 일 하는 이야기, 작업환경의 문제, 개선점 등등...

그러면서 회사 욕도 많이 하다 보니 친해지기도 했는데, 막상 그만두고 나가니 좀 허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쨌든 누구라도 인원을 충원해야 교대 근무에 피로감이 덜한 것이다.

내가 소속된 시설관리 기계실 현 정원은 7명인데 그중 과장, 대리, 주임 등 3명은 낮 근무를 하고,

나머지 4명이 주간, 야간 근무를 교대로 하는데, 1명이 빠져나가게 되면 남아있는 사람들의

근무 환경에 문제가 생기게 되기 때문에 빨리 충원을 해야 했다.


어찌어찌해서 거의 한 달 만인 지난 12월 말에 한 명이 충원이 되었다.

이 분도 이름 대면 다 아는 대기업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폴리텍대학에서 신중년과정으로

공조냉동 관련 기술을 배우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해 보겠노라고 온 거다.


그분을 보면서 딱 1년 전의 내 모습을 회상해 봤다.

나름 대기업 출신에 한때는 잘 나간 때도 있었다고 해도, 이런 곳에 처음 오게 되면

어리바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걸 해라, 저런 건 이렇게 해라라고 아무리 알려줘도 처음엔 이해도 잘 안 되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근무 환경은 뭐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위험해 보이고, 더러운 곳도 많았다.

내가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하는 절망스러운 마음이 매일 매일이었다.


딱 보니 이분도 그렇게 보였다.


'아.... 다 그렇구나. 1년 전에 내 모습을 본 선배들도 그렇게 생각했겠구나..." 싶다.


교대 근무 중에 잠깐잠깐 현장을 같이 다닐 때가 있었다.


"저기, 선배님, 처음에 다 모르니까요, 너무 당황하거나 스트레스받지 마시고요.

그리고, 일하는 동안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들으실 건데, 처음엔 듣고도 이해가 안 되시고요.

또 돌아서면 잊어버리실 거예요. 한 석 달은 지나야 이곳저곳이 눈에 좀 익고 그러면 좀 나으실 거예요.

저도 이곳에 와서 일한 지 이제야 1년 정도 되었는데, 아직도 헷갈리고요. 잊어먹고 그래요.

좀 뻔뻔하게 버티고 다녀요. ㅎㅎ"


그랬더니, "잘 모르니까, 선배님이 잘 도와주세요"라고 했다.


한 주 지나고 그다음 주 언젠가 다른 분을 통해서 전해 들었다.


"지난주에 왔던 OOO 씨, 이번 주까지만 나온대. 몸이 좀 안 좋다나, 일이 안 맞는 거 같다고 했다던데"


12월 중순의 월요일에 입사해서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하더니만, 1월 중순에 그만두었다.


또, 며칠 후에 다른 분이 새로 왔다.


이분도 이름 들으면 다 아는 대기업에서 정년퇴직을 했고,

마찬가지로 폴리텍대학을 다니면서 기술을 배웠다고 했다.

1월 중순에 입사를 했고, 그 다음주에 그만두겠다고 하고 나갔다.

일도 어려워 보이고, 특히 밤에 혼자서 당직 근무 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자신이 없어서 못하겠다고 했단다.


'그렇지... 여기 하루만 있어도 그런 생각이 들지. 그런 생각 안 드는 게 이상한 거지.

근무 환경 열악하지, 더러운 거 보고 냄새 맡으면 역겹지, 가끔 위험함도 느껴 불안하지.

뭐, 그렇다고 월급을 많이 주나...'


솔직히 나도 입사 첫날부터 이렇게 까지 다녀야 하나 싶은 생각을 했고,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저 사람들이 느꼈던 걱정과 불안감을 똑같이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근이 1년 정도 다닐 수 있었던 건,

그 어려움과 힘듦이 그럭저럭 견딜만하기도 하고,

또 매일매일이 더럽고 힘들지는 않다고 어느 순간 느꼈기 때문이다.

뭔가... 어떤 선을 넘지 않으면서 그럭저럭 돌아가는 기분...

배관이 터지고 물이 넘쳐도 내 근무 때만 아니면 된다는 약간의 이기적인 희망 회로와 함께

다니고 있는 것 같다.


사실, 그러면 안 된다.

회사가 이런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과 함께 대책 마련을 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누군가 나가면 어차피 또 누군가는 금방 들어온다고 쉽게 쉽게 생각하고 있는 건가.


이런 곳의 특성상 어느 정도 위험하고 더럽고 시끄럽고 힘들다고 해도,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최대한 덜 위험하고, 덜 더럽고, 덜 시끄럽고, 덜 힘든 조건에서 일하게 하고,

나름대로 뭔가 새롭게 인생 2막을 시작해 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오자마자 기겁하고 좌절해서 떠나지 않게 어떤 최소한의 환경은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여러 가지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잘 적응하지 못하고 금방 나가신 분들의 무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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