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지난해 12월 31일의 이야기

by Midlife Lab


오후 4시쯤 와이프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지금 퇴근하는데, 당신은 언제 퇴근해? 애들 다른 일 없으면 밖에서 저녁 먹을까?"

"나야 저녁 퇴근 시간 돼야 나가지... 그럼 7시에 동네 갈만한데 있나 찾아보셔."


이어서 와이프가 가족 단톡방에 저녁 먹자고 하니,

막내가 그런다. " 엥, 갑자기 오늘 7시에 밖에서 저녁을 먹는다고?"

와이프 왈, " 이런 걸 급벙이라고 함 ㅎㅎ"


집 근처 새로 생긴 괜찮아 보이는 고깃집은 예약이 다 찼다고 해서

가까이 있는 초밥집을 예약했다고 한다.

초밥집은 그전에는 다른 횟집이었는데 맛, 가격, 분위기가 비교적 괜찮아서 가끔 갔었는데

주인과 상호가 바뀐 후로는 처음 가보게 되었다.


저녁 퇴근 후 나는 바로 식당으로 가니 6시 55분쯤 되었고,

이어서 7시쯤 아내와 두 아이들이 왔다.


초밥 정식과 소주를 주문했다.

회는 숙성회로 나왔고, 회와 초밥맛은 나쁘지 않았는데

그 외 생선구이, 무침, 라멘과 가락국수 등은 그저 그랬다.

게다가 오늘만 그랬나, 원래 그랬나 모르겠지만

서빙하는 분이 혼자서 왔다 갔다 하는데 좀 정신이 없고,

주문받은 것도 본인이 헷갈려하면서 어수선했다.

또 가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게 우리 가족 모두의 의견이다.


식사야 그렇다 치고,

연말의 급벙이다 보니 그래도 뭔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조금씩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눴다.

격려도 하고, 소박한 자기 바람 같은 것도 이야기했다.

사실, 우리 가족은 평소 왁자지껄한 스타일은 아니고

집에서는 각자 자신들이 할 것들을 알아서 하는 편이다.

그리고 평일에는 각자의 활동과 시간들이 다르다 보니 주말이나 휴일 같은 날 함께 식사하면서

자잘한 이야기를 그나마 조금씩 하는 편이다.


이런저런 이야기의 끝트머리에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이어졌다.


큰 애는 이제 대학 4학년이 되고, 졸업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비교적 취업이 잘 된다고 하는 컴퓨터 관련 학과를 다니고 있지만,

최근 AI의 급속한 확산으로 인해 개발자들 취업이 안된다고 하는 말이 여기저기서 많다.

직접 말은 하지 않지만 아마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생활 잘하고, 대외 활동도 하고, 책도 많이 읽고, 동아리 활동,

취미 활동, 운동 등 이것저것 스스로 알아서 잘하고는 있다.


둘째는 이제 고등학생이 된다.

아직 세상 물정 잘 모르고 아이돌 좋아하고 순진한,

그러면서 비교적 유순한 형태의 사춘기가 진행되고 있는 시기다.

학원과 인강, 과외를 골고루 섞어서 나름 주도적으로 성실히,

그리고 열심히 공부를 하는 듯 보여 크게 걱정은 하지 않는다.


가끔, "아직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나중에 뭐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라고 화두를 꺼내기도 하는데,

나는 "그건 아주 당연한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일단은 네가 수학공부는 좋아한다고 했으니

앞으로도 계속 꾸준하게 하다 보면 뭔가가 보일 거야."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곤 했다.


식사를 하면서 이런 식의 이야기로 마무리했다.


"어쨌든 올 한 해 다들 열심히 잘 살아줘서 고맙다.

보통 이런 날 되면 내년 계획이 뭔지, 앞으로 뭘 할 생각인지 이런 것들을 많이 물어보고 하는데,

엄마와 아빠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해.

왜냐면 너희들이 이제는 스스로 뭔가를 조금씩 찾아서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까...


너희를 믿고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스스로 하다가 언제든 뭐든 도움이 필요하거나 할 때가 있으면

그때는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를 해 주면 좋겠어.


네가(첫째) 취업 준비를 하는 과정에 서라든지, 아니면 좀 더 공부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엄마와 아빠는 최대한 너를 도와줄 수 있는 가능한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할 거야.

그러니 지금처럼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거 많이 해보면서

남은 대학생활 즐겁고 의미 있게 지내도록 해. 알겠지?


둘째는 이제 고등학생이 되는데, 공부는 해야 하지만, 너무 스트레스받으면서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공부하다가 힘들면 쉬기도 하고, 놀고 싶은 게 있으면 놀아도 돼.

먹고 싶은 거 있음 언제든 이야기하고, 보고 싶은 거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

너도 고등학교 마치고 대학생이 되어서 언니처럼 스스로 뭔가 배우기도 하고,

책도 많이 보고, 여행도 다니고, 뭐든 할 수 있는 게 많을 거니까,

공부하다가 좀 힘들면 그런 생각도 해보면서

아무튼 너무 힘들지 않게 고등학교 생활 잘했으면 좋겠다. 알겠지?"


대강 이런 식이었다.

아이들은 중간중간 끄덕끄덕하면서 긍정의 신호를 보냈고,


와이프도 내 말을 거들어 주었다.

"엄마, 아빠가 그동안 열심히 살아와서, 너희들 하고 싶은 거

뭐 엄청나게 힘들고 돈이 엄청 많이 들고 어려운 거 아니면

어느 정도는 해 줄 수 있어. 그러니 뭐든 자신 있게 해."


아이들은 믿는 만큼 성장한다고 하던가.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드는 가장 간절한 바람이다.


앞으로 두 아이가 정말로 잘 살아갈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을 갖추면서 성장해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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