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아온 걸까? (3)
(앞 글에 이어)
다섯 번째 회사를 퇴직하고 소일거리와 구직활동을 하며 지냈지만 원하는 결과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회사는 그만두었지만, 사정상 4대 보험 가입이 필요한 상황이 되어서 평소 알고 있던 지인분께 도움을
요청드렸다.
다행히 3개월간 최저시급을 받으면서 일도 하고 약간의 도움을 드리면서 지내기도 했지만,
그곳은 거의 그분의 개인 연구소처럼 운영되는 곳이라 지속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은 못 되었다.
또한 그분도 나에게 최저시급이라도 계속 급여를 지급할 수는 없는 사정이었다.
잠시 동안 비를 피할 수 있게 해 주신대 대해 감사드리며 다시 밖으로 나왔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회사를 못 간다는 것 빼고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사람들도 자주 만났고, 필요한 정보도 찾으면서 다녔다.
흔히 재 취업을 할 때는 눈높이를 낮추라고들 해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아봤지만
마냥 낮춘다고 뭐가 술술 풀리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모임 행사에 나가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데, 평소 나를 잘 챙겨주시려고 하던 그분이 계셨다.
끝나고 인사를 드리고 가려는 나를 붙잡아 세웠다.
"저기 말이야.. 혹시 OOO 님을 아시나?"
"... 들어보긴 한 것 같은데, 직접적인 컨택은 없었습니다."
"그분 회사에서 사람을 찾는다고 해서 내가 자네를 이야기했더니 한번 만나보겠다고 하시더구먼.
내가 자네 연락처를 드렸으니 아마 전화가 갈 거야. 뭐... 밑져야 본 전이니까 한번 만나봐."
"네, 알겠습니다."
돌아오면서 가만히 생각을 해봤다.
잘 되면 정말 좋겠다. 그런데, 거긴 내가 전혀 생각도 못해본 곳인데...
될까? 내 스펙으로는 안될 거 같은데...
이틀 후에 전화가 왔고, 다시 이틀 후에 약속을 잡고 사무실로 찾아가서 만나 뵈었다.
면접을 겸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해온 일, 과거의 경험, 그 분야에 쏟은 노력 등.
그분은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셨고, 그분도 나름의 관심과 비전을 갖고 계셨다.
결국, 나는 (대한민국에서 최고라 할 수 있는) 그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고,
그분과 함께 몇 년을 일 할 수 있었다.
"OO전문가" 소리를 들으면서 말이다.
그분이 조금만 더 젊었더라면, 그리고 조금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
조금 더 오랫동안 함께 일을 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그분과 함께 한 몇 년은 내게는 너무나 완벽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분은 여전히 나의 귀인으로 남아 계신다.
상상도 못 해봤던 곳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일을 할 수 있었고,
그전에 받았던 모든 인격적 괴로움과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 버릴 수 있을 만큼 자존감도 회복이 되었고,
너무나 좋은 분들과의 네트워크와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도 있었던 시간이었다.
업무와는 별도로 아파트와 상가 등의 부동산 투자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던 시간적, 물질적
기반을 마련한 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고, 또 다른 상황 변화에 따라 또다시 4년만에 그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
함께 했던 그분은 정년퇴직을 맞이 하셨고, 그동안의 뛰어난 경력과 업계에서의 인지도를 살려
다른 회사로 영전되어 가셨다.
나는 다시 살길을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그분은 새롭게 다른 곳으로 가시는 와중에도 주변의 지인들에게 나를 소개하며
새로운 길을 찾아 주고자 많은 애를 쓰셨고,
덕분에 나는 다시금 여덟 번째 회사로 옮길 수 있게 되었다.
여덟 번째 회사는 또 어땠을까?
(다음번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