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곳의 회사원 생활

잘 살아온 걸까? (4)

by Midlife Lab

(이전 글에 이어)


일곱 번째 회사의 상사분은 퇴직과 동시에 다른 곳으로 영전이 되어 가셨다.

그분은 새로운 곳으로 가시기 바로 전까지도, 새로운 곳에 가셔서 나름 적응(?)을 해야 하는 시간 동안에도

나를 챙겨 주시려고 많은 애를 쓰셨다.

(흔히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면 데리고 가지?

물론, 그렇게 될 수만 있었다면 아마 그렇게 하고도 남았을 분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여러 조건과 상황이 그렇게 매치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그분의 전화를 받았다

그분께 어떤 분(A라고 하자)이 믿을 만하고 괜찮은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을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A와 나는 이미 알고 있던 관계였다.

나의 상사분은 나의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나를 추천했고,

A도 나를 이미 알고 있던 상황에서 오케이를 했고 한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겠노라고 한 것이다.


며칠 후 나는 A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다.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더 들어보니 A는 B라는 분과 동업자 관계로 신규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고 있고,

B는 본인이 바쁘니 A에게 조직 구성 등을 일임한 것이었다.

A를 통해 대강의 사업구도와 내가 어떤 일을 해주면 좋을 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며칠 후 사무실에서 B를 함께 만나 형식적인 면접과 함께 앞으로 잘해 보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자세한 상황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과거에 내가 어느 정도 해 봤던 일(경영관리, 기획, 사업관리, 조직관리, 대외협력, 대관업무 등등...)과 연관성도 많고, 뭔가 액티브하게 일을 하면서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가졌다.


그런데, 막상 출근해서 며칠 다녀보니 분위기가 좀 이상했다.


B는 오랜만에 다시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법인을 새로 설립한 것이었고,

A는 B와 동업자 관계로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외에 B의 법인 설립에 필요한 사업 자본금과 사무실 임차비용 등을 투자한

또 다른 C대표라는 사람이 더 있었다.


A도 별도 법인, B도 별도 법인, C도 별도 법인


자세히 설명하기는 좀 곤란한 개인적인 친분, 인맥, 혈연관계, 학교관계 등의 이해관계로 얽힌

세 사람이 모여서 뭔가 일을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일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일이 쉽게 풀리지 않음으로 인해 A, B, C 간의 의견 충돌과 갈등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결국은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A도 이탈하고, C도 이탈했다. C의 투자로 강남 모처에 번듯하게 마련했던 임차 사무실은

경비 감당을 못해 뺄 수밖에 없었다.

C는 B에게 투자금 상환을 요구하고 둘은 각서로 어찌어찌 넘어간 걸로 안다.

결국은 얼마 되지 않은 자본금은 다 까먹었고, 급여조차도 제대로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1년 반 가까이 있었지만, 더 이상 이곳에 있는 것이 의미가 없었다.

나는 B에게 회사를 나오겠다고 했다.

B는 어떻게든 회사를 살려보겠노라, 좀 쉬고 있다가 뭔가 일이 터지면 다시 부르겠다고 하고,

퇴직금과 밀린 급여도 지급하겠노라고 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임금 채권의 소멸시효가 3년으로 알고 있는데, 고민 중이다.)


나의 여덟 번째 회사원 생활은

돌이켜 보면 뭐 했나 싶을 정도로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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