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분명히 글이 좋다.
게으른 완벽주의자, 어쩌면 내게 퍽 잘 어울리는 표현일 수도ㅡ, 나는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을 좋아하고, 시작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많이 없는 편이다. 도전하고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고, 실패하거나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 과정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생각하기에,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추구하는 완벽은, 무조건 1등을 해야 한다거나 성과가 좋아야 한다는 압박에서 오는 완벽과는 조금 다르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제대로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특히, 일 할 때 그런 편이다. 이런 말 한 번쯤은 다들 들어봤을 것이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면, 처음에 너무 잘하거나 열심히하지 말라는 재밌는 조언, 절대 적용되지 않는 사람이 바로 '나'다. 아예 안 하면 안 했지, 대충할 수가 없는 성격. 메일이든, 파일이든 내 이름으로 보내지는데, 내가 대충해서 보냈을 때 상대방이 나의 능력을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싫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결과물로 보냈는데 부족할 경우에, 아쉬운 소리를 들을 때는 괜찮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오히려 스트레스도 별로 안 받는다, 다만 이것보다 더 잘할 수 있으면서도 대충하는 것은 스스로 용납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 (TMI, 그래서 신입이었던 내게 1을 기대했는데 나는 10을 해냈고, 15를 주니 20을 해내고를 이어나가다 병이 낫더라지) 그렇다보니, 제대로 할 것이 아니라면 시작을 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참, 좋은 핑계다.
또는 시작은 잘 하는 편이라, 시작을 해 놓고, 나는 진짜 제대로 할거야! 라는 생각 때문에 진척이 없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이 브런치가 그랬던 것 같다. 무려 올해 2월, 비장하게도 브런치를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전에 '작가님의 글을 300일동안 보지 못했어요' 라는 광고 메세지를 받았다. '뭐라고? 300일?', 많은 일이 그렇다. 그 때 시작할 걸, 그 때 그냥 할 걸, 분명 나만 그런 것은 아닐테다. 그런 와중에 '꾸준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남들과 다른 사람이 되는 거겠지, 그래도 힘없이 잊혀진 줄 알았던 열정이, 가끔씩이라도 꿈틀거린다면, 그 때마다 그 꿈틀거리는 그 기분이 참 좋다면, 그 때마다라도, 조금은 대충이라도 글을 써보려고 한다. 의식의 흐름대로 정신없이 써진다고해도, 방향이 보이지 않아도, 당장 어떤 내일이 찾아올 지 모르니, 안 쓰는 것보다는 낫다!
'밤하늘의 여름, 따뜻한 햇살의 겨울'
며칠전 강남에서 퇴근 후, 건물에서 나오면 생각한 문장이었다.
나는 항상 양가적인 매력을 가진 사람이나, 그런 내용들을 좋아하는데
문득 탁, 다가온 문장이었다.
나는 분명히 글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