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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 Oct 14. 2023

기내에서 한 적(?) 있는 사람 손 들어!

첫 레이오버 비행 술게임에서 들은 질문

슈퍼바이저와 서비스 트레이닝 비행, 세이프티 트레이닝 비행이 모두 끝나면, 정식으로 비행을 시작하게 된다.


이코노미 승무원 트레이닝때는, 트레이닝 비행때 레이오버 비행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트레이닝이 끝나고 가장 기다려지는것은 역시 '레이오버'였다! 트레이닝 기간 동안 중동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얼른 트레이닝을 마치고 레이오버 비행을 가고 싶었다. (layover 비행 : 도착지에서 체류하고 돌아오는 비행 <-> Up&down 비행 (항공사에 따라 Quick turn이라고 불리기도 함) : 도착지에서 바로 다시 승객들을 데리고 돌아오는 비행)


로스터가 딱 뜨는 순간, 제발 유럽 레이오버이길! 바랐건만 떡하니 방글라데시 다카 비행이 나왔다. 그래도 맥주 마실생각에 신났던 나, 그리고 크루 리스트를 보니 이미 트레이닝 비행을 같이해서 안면이 있던 크루가 보여서 또 기뻤다! 비행하면서 이게 내 첫 레이오버비행이라고하니, 모든 시니어 크루들은 어떻게 다카가 걸렸냐며 웃픈 표정을 지었다. 얼른 맥주를 마시고 싶다고하니 지금 이 비행의 치프는 좋은 사람이니까, 듀티프리를 갈 수 있도록 할 거라고 했다.


술을 듀티프리에서 사가야한다고?

방글라데시는 무슬림 국가라서 술을 파는 곳이 거의 없고, 호텔에서 팔기는 하지만 엄청 비싸다고 했다. (이 비행 이후로 다카에 갈때면 그냥 비싸도 호텔 룸서비스로 시켜먹곤 했는데, 하이네켄 330ml가 8000원 돈이었다. 방글라데시의 경제를 생각하면 맥주 작은 캔이 8000원은 정말 비싼 금액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카 공항에 도착 후, 입국장 면세에서 술을 사가는 것이 저렴하게 마실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다만, 사무장 입장에서 듀티프리 시간을 주게되면 딜레이가 생길 수도 있는 등 무엇보다 굳이 이걸 허락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보통 크루 왈 '좋은 사무장'들만 허락해준다고 했다. 특히 무슬림 크루들이 많기 때문에, 사무장이 술을 마시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럴 경우엔 더욱 허락해주지 않는 편이기도 하다. 또는 크루들이 우루루 듀티프리에 몰려가는 것은 보기에도 좋지 않고 관리도 어렵기 때문에, first class 크루 1명만 조용히 다녀오라고 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에는 이 크루가 듀티프리에 들린다는 소식을 사전에 접해야하고, 어떤 술을 원하는지 말하고 나중에 계산해주곤한다.


다카 비행은 워낙 사실 호캉스 외에 할게 없는 레이오버라서, 술을 마시는 크루가 있다면 거의 모두 듀티프리를 노리곤한다. 때문에 기내에서 이미 서로 슬쩍 묻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고 모든 크루에게 주문을 받는 것은 절대 아니고 기내에서 보통 사교적인 크루들끼리 서로 작당모의하듯 얘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다카에서 뭐할거냐, 수영장 갈거냐, 몇시에 갈거냐, 술마실거냐 이런 질문이 많은 것 같다. 결국 다카비행은 호텔콕이기 때문에!  


그렇게 내 첫 다카 비행의 사무장은 술을 드시는 분이셨고, 심지어 진짜 너무 성격도 좋으셔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무장 Best 안에 드시는 분으로 남게 되었다! 새벽 랜딩이었지만, 다들 각자 대충 옷만 갈아입고 사무장 방으로 모였다. 한 6~7명정도 모였던 것 같다. 얼음 버켓을 받고 노래를 틀어놓고 수다를 떨다가, 갑자기 누가 술게임을 시작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아 신난다! 아 재미난다! 더 게임오브데스!!!' 이런 게임은 아니였고, 'Never have i ever'게임이라고 외국에서는 종종 하는 게임인데, '~한 적이 있다!'라고 질문자가 던지고 해당하는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방식이다. 이런 저런 질문이 오고가다가, 누군가가 질문을 던졌다.


'Never have i ever joined high mile club'

기내에서 성관계를 가진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이 질문에 내 기억에 나와 1명 크루인가, 2명정도만 제외하고 모두 빵터지며 손을 들고 술을 마셨다. 그때 일단 나는 1차 충격이었다. 서로 어디서 했냐는 대화를 들어보니, 한 명은 지금은 우리 항공사에서 운행하지 않는 기종인데 예전에는 있었고, 그 기종은 aft (항공기 꼬리쪽) middle toilet 2개 (왼/오)가 들어갔을 때 안에서 그 왼쪽/오른쪽 화장실을 막고 있는 파티션을 열 수가 있었다고 했다. 일반 승객들은 알 수 없고 승무원들만 안전체크용으로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이 왼쪽 화장실로 들어가고, 한 사람이 오른쪽 화장실로 들어가면 파티션을 열고 만날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2차 충격이었다.


누군가가 그 기종 이름을 딱 꺼내자마자 다른 시니어는 빵터지며, 아 그 기종이 진짜 대박이었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 외에도 크루랑 한거냐, 승객이랑 한거냐 라는 질문에서 승객이랑 했다는 크루도 있었는데, 3차 충격이었다.


이때 레이오버 크루들이 대부분 되게 시니어라서 오래전 얘기를 한 것 같긴 했다. 그 뒤로는 비행하면서 기내에서 그런 적이 있다는 크루는 만나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지만, 브리핑때 사무장이 벙커에서 이상한 짓하지말라며 우스갯소리마냥 경고하는 경우들은 있었다. (장시간 비행때 크루들이 잠을 자러 올라가는 곳, 서비스하는 조/쉬는 조를 나눠서 벙커에 가는데, 사실 굉장히 좁고 조용하고 다른 크루들도 옆에 자고 있기 때문에 도대체 누가 그럴 수 있는지 모르겠는데 말이다)


무엇보다 설령 그런 경험이 다들 있다하더라도 사무장포함 여럿이 모인 술자리에서 그렇게 깔깔거리며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에 또 충격을 받았었지만, 외국항공사이고 그리고 또 우리 항공사였으니 가능했던 분위기 같다.


디테일한 내용까진 서로 말하진 않았지만, 아무쪼록 내 기억상 최소 절반은 그런 경험이 있다고 술을 마셨던걸로... (이 날 이후로 그런 게임도 그런 얘기도 들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따라서 그 때 크루들이 워낙 그랬던걸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못들은 걸수도 있지만 말이다. 아, 물론 그런 적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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