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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 Oct 31. 2023

몰랐어요? 승무원은 비행 때 여권에 도장 안 찍어요

그리고 풀어보는 작은 비밀


벌써 10년이 지났다,

대학생 3학년 때 셀카봉도 없던 시절 한 달동안 유럽여행을 가겠다며 친구를 꼬셔서 떠났던 그 여름

며칠전 여권 재발급을 신청했고, 기존 여권이 어딨나 서랍을 뒤졌다.


펼쳐보니 추억이 가득하다.

인도 비자, 미국 비자, 캐나다 비자, 쿠웨이트 비자

입국 기록 외에도 비자도 참 여러가지 받았었다.


"여권을 보니 추억이 새록새록하네"

"그러네 도장 찍힌거 정말 많겠다"

"아, 그런데 승무원할 때는 도장 안 찍었어"

"어? 그건 몰랐네?"


생각해보니 당연히 입국할 때 도장을 찍으니, 다른 나라를 자주 가는 승무원은 여권이 도장으로 온통 가득할 것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정답은 찍지 않는 다는 것! (설마 우리 항공사만 해당 되는 이야기는 아니었겠지요?)


하지만 승무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오히려 찍는게 여권이 남아날 수 없는게,

한 달에 몇 번이나 다른 나라를 입국하게 되는데,

그 때마다 모두 도장을 받으면 얼마나 자주 재발급을 받아야하는걸지 추측도 안 된다.


승무원들은 별도의 서류가 있고, 보통 사무장이 해당 서류를 가지고 입국심사를 받기 때문에 별도로 여권에 입국 도장을 받지 않는다. (어떤 특정 나라는 필요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기본적으로 내가 경험했던 바로는 받지 않았다.) 나라마다 서류가 조금씩 상이하기도한데, 가령 인도 비행의 경우 입국 전 기내에서 입국심사때 제출할 서류를 모두 돌려가며 작성하게 된다. 특이하게(?) 시계 착용 유무, 브랜드, 소지한 현금 금액같은 내용까지도 적어야한다. 입국 심사때도 케바케지만 해당 서류 내용과 실제랑 다르게 적을경우, 크게 문제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사실과 동일하게 적어야한다.


아무쪼록 승무원들은 다른 나라에 입국할 때 그 긴 입국수속 길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도장을 받지도 않는다.


관련해서 한 가지 비밀(?)을 폭로하자면,

실제로 내 비행에 있었던 일은 아니고 시니어 크루들에게 들은 얘기지만

그렇기 때문에 다른 나라로 비행가서 튀려고하면 이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튄다고?


무슨 뜻이냐, 놀랍게도 다른 나라로 비행을 간다음에 그 나라에서 말없이 고국으로 튀는 크루들이 있다.

대체 그냥 퇴사 절차를 밟고 퇴사를 하면 되지, 왜 튀냐? 라고 묻는다면 각자 개인사정은 모두 다르겠지만

보통

1) 퇴사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길어서

2) 물어야 하는 돈을 내고 싶지 않아서 (항공사마다 다르지만 계약된 최소 기간보다 적게 일하고 그만둘경우, 일정 금액을 내뱉어야하는 곳이 있다.)

이 두가지 이유로 튀는 것 같다.


문제는 예를 들어 한국인 크루가 로마에서 튀었다고 치자,

로마에서 한국으로 들어가야할텐데, 이탈리아에서 출국할 때 이탈리아에 입국한 기록이 여권에 없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입국할 때 받은 도장이 없는데, 어떻게 우리나라에 입국한거야?" 이렇게 되는 스토리겠지?


그렇기 때문에 사무장이나 다른 크루 몰래, 이탈리아 입국할 때 입국 도장을 반드시 받아놔야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것도 그냥 크루들 사이에서 하는 말이라 실제로 그렇게 몰래 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정말 튄다. (고 한다)


픽업 시간에 내려오지 않는 크루

크루 호텔 룸을 확인하고 튀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치프캐빈

그렇게 튀어버린 크루 몫까지 고생해야하는 나머지 크루들


물론 절대 자주있는 일은 아니지만, 꼭 다른 나라 비행가서 튀는거 외에도

자기나라 휴가 갔다가 안 돌아온다는 등, 튀는 일은 실제로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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