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에 내 글이 실렸다.

by 정은

좋은생각 7월호에 내 글이 실렸다.

편집 과정에서 내 글이 수정될 수 있다고 미리 고지받았는데, 잡지를 받아보니 거의 원문 그대로 실려서 더 기분이 좋다.



연대의 고리


흔히들 중년끼리 만나면 건강에 대해 이야기하고 헤어지면 병원 다니기 바쁘다고 한다. 내가 요즘 그러고 있는 것을 보니, 한참은 더 남았다고 생각 한 중년의 문턱이 어느새 가까워졌나 보다.


요즘 친구들과 만나서 하는 이야기라고는 소화 기능이 예전 같지 않아 밀가루 음식을 못 먹는다거나, 여행 한번 다녀오면 여독이 며칠째 풀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뿐이다. 그런 대화를 나눠 온 지도 꽤 됐으니 이미 문턱을 넘었을지도 모르겠다.


작년에는 갑자기 인대가 뚝, 소리를 내고는 수명을 다했다. 늘 그래왔듯 좀 쉬면 낫겠지 싶어서 병원에 가지 않고 6개월을 버텼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통증이 가시지 않아 정형외과에 찾아갔다. 의사는 나의 회복력에 대한 착각을 한마디로 끝냈다. “당장 수술해야 합니다.”


건강의 위험은 도둑처럼 언제든 제멋대로 찾아온다지만, 정작 내가 수술대에 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 본 적 없었다는 사실이 우스웠다. 수술대 위 차가운 조명 아래에서 의사가 누군가가 기증해 준 인대를 내 몸에 잘 연결해 주길 바라며 수술을 기다렸다.


‘다시 눈을 뜰 수 있을까, 마취가 안 되면 어쩌지…‘ 걱정을 하고 있는데, 간호사가 내 귀에 속삭였다. “수술 끝났어요. 1부터 10까지 숫자로 말하면 지금 어느 정도로 아프세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힘겹게 대답했다. 7이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참고 있는데, 고통이 갑자기 사라졌다. 간호사가 내 대답을 듣고 진통제를 투여한 것이다.


다시 잠들었지만 몇 시간 뒤, 통증이 나를 깨웠다.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내고 옆을 바라보니 남편이 의자에 쭈그리고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아파..“ 남편이 간호사에게 알리자 의료진이 재빠르게 와서 조치를 취해줬다. 그렇게 몇 차례 반복하며, 나는 4시간이면 깨어난다는 마취 상태에서 12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누워서 약을 받아먹고, 자고 또 자는 일뿐이었다. 혼자서 바로 앞 화장실조차 갈 수 없는 인간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남의 도움 없이 산 적이 단 하루도 없었다는 것을.


자신의 몸을 내어 뱃속에 나를 품어 준 엄마와 별 탈 없이 출산할 수 있도록 도운 의료진, 자식을 먹이기 위해 3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일해 온 아빠, 한동안 나의 다리가 되어 준 휠체어를 만든 발명가, 세상을 떠나며 자신의 인대를 기증한 사람..


이들 덕분에 지금껏 살아올 수 있었다는 사실이 와닿았다. 가족과 친구, 이웃으로서 나름의 역할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덕을 나누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러자 내가 시간과 장소를 넘나들며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 마음속에 그려졌다.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지, 자신이 타인의 삶에 얼마나 깊이 스며들어 있는지 진정으로 알 수 있을까.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연대의 고리를 알아차릴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면 서로를 조금 더 사랑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미국에서 심리상담가로 취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