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브런치에 글을 쓴다면
남편도 나도 재택근무자이니 강아지들과 아침산책, 점심산책, 오후 자전거산책, 저녁산책 최대한 자주 산책을 나가려고 한다.
봄이 와서 산책 길이 아름답고 새롭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평일 산책 길은 결국 익숙한 길의 반복이다. 그럼에도 이 털복숭이들은 매번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며 돌고래가 물 위로 뛰어오르듯이 산책 가는 길을 열렬히 환호한다. 이렇게 자주 나가는데, 똑같은 길인데 뭐가 그렇게 신나고 즐거운 걸까?
어느 훈련사의 말 대로라면 강아지들은 산책 길에 다른 개의 냄새를 맡으며 강아지 버전의 브런치를 하는 중인 건데.. 그 작은 코를 쉴 새 없이 씰룩거리고 성실히 마킹하면서 대체 무슨 메세지를 주고받고 있을지 귀엽기만 하다.
실제로 강아지 브런치가 있다면 과연 어떤 글을 쓸까? “오늘 생고기 먹음~“, “나 어제 우편부로부터 우리 집 지킴~”하는 자랑 섞인 메세지? 아니면 “아우 산책 너무 짧아! 나 화남” 하는 한탄 섞인 글? 아무래도 “이 나무 내꺼!” 가 가장 유력할 것 같다. 어떤 메세지든지 냄새로 하는 소통에 언어 장벽은 없을 테니 한국에서 온 재롱이에게는 잘 된 일이다.
오늘 찍은 재롱이 사진 속 표정을 보니 오늘 재롱이가 행복했구나 싶다. 아마도 재롱이는 오늘 산책 길에 기분 좋은 피드를 잔뜩 남겼을 것 같다. “나 오늘 기분 완전 좋음~~“
행복한 재롱이를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서 브런치에 글로 기록을 남겨본다. “나도 오늘 기분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