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은 꼭 적극적으로 동호회활동을 시켜야겠다고 다짐했다
우연한 기회에 울려라! 유포니엄!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보게 되었다. 유포니엄은 관악기 중 저음을 담당하는, 튜바를 개조한(?) 악기로 트롬본이나 튜바로 커버가 가능하기 때문에 유명하지는 않은 마이너 한 악기라고 한다. 주인공은 고등학교 취주악부에서 유포니엄을 담당하는 학생이다. 어렸을 때 친언니가 학교 동아리에서 트롬본을 불었었고 언니를 따라가고 싶어서 악기를 시작했다는 설정이다. 교복이 세일러복이라서 현재 다니는 고등학교를 지원했는데 중학교 때 같은 동아리활동을 했던 트럼펫 에이스도 마침 이 고등학교에 지원했고, 취주악부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취주악부가 유명하지 않은 학교였지만 새로 부임한 동아리 담당 선생님의 가르침에 의하여 전국대회에도 출전하게 된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 일본 드라마, 영화, 애니메니션을 보면 유소년기에 적극적으로 동아리 활동을 한다. 지역예선을 통과해서 전국대회까지 출전하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 연습하고 우정을 다지는 모습이 그려진다. 나의 유소년기를 되새겨보면 그런 건 없었다. 있었는데 내가 몰랐던 걸까? 중학교 때는 동아리활동이라기보다는 학교와 선생님들이 주축이 되어 이루어지는 방과 후활동이나 CA활동이 있었다. 그때 엄마가 코바늘 뜨개질을 하는 것을 보고 나도 수예부에 들어갔던 것 같다. 그러나 작품을 만든 기억은 없다. 실제로는 CA활동 시간에 공부를 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CA로 독서토론회에 들어갔다가 CA 담당 선생님이었던 문학선생님의 권유로 독서토론동아리를 만들었었다. 그때는 열심히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은데 청춘들의 땀과 눈물이라는 무언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울려라! 유포니엄! 뿐 아니라 '겁쟁이 페달'에서도 자전거동아리에 가입해서 대회에 출전한다. 이제와서는 그런 것이 부럽다. 중고등학교 때 별다른 활동을 하지 못하고 너무 공부만 한 것 같다. 그렇다고 전교 1등을 한다거나 뚜렷한 목표를 가진 것도 아니고 그냥 하라고 하니까 공부만 했다. 다른 취미생활을 하고 싶어도 부모님께서 공부가 먼저라고 하셨기에 대학교에 들어가면 해야지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전부 뒤로 미루었다. 그리고 재수를 해서 또 1년 하고 싶은 일을 뒤로 미루었다. 그러고 나니 막상 대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상태가 되었다. 이후 용돈벌이를 위해 학원강사를 하다가, 취업을 위해 공부를 시작했고 취업 이후에 또 '나는 누구이고 나의 취미는 무엇인가'상태로 8년이 지났다.
나는 자녀를 낳으면 취미도 하면서 공부도 잘하라고 독려하고 싶다. 공부는 본인이 목표를 정하고 나면 알아서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 인생을 뒤돌아봤을 때 본인이 하고 싶고 잘하는 취미를 만들어두는 것은 추천할 만하다. 취미활동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부업이 되거나 하다못해 유튜브에라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먼저 하고 취미는 대학 가서 하라는 말은 자녀를 믿지 못해서 하는 말이었다. 너는 한 번에 두 가지는 못하는 사람이야. 너는 공부만 해야 해. 하면서 가능성을 축소시켜 버렸다.
물론 동생 친구 중에는 부모님이 짜둔 계획대로 인생을 잘 살아온 사람도 있다. 부모님의 권유로 세무대학교를 나와 세무사 공부를 해서 합격한 후 7급 세무공무원이 되어 같은 공무원을 만나 결혼하고 집도 사고 아이도 낳고 잘 살고 있다. 나중에 그 친구를 만나서 인터뷰를 해보고 싶다. 너는 취미생활이 있었니? 부모님이 세워준 미래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니? 나와 잘 맞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그 계획을 따랐던 것이니? 혹시 달리 하고 싶었던 것은 없었니?
부모님을 원망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나는 내 자식에게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