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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년필 Jul 13. 2023

나 혼자 대결 중

비난하는 마음으로는 건강해질 수도, 자유로워질 수도 없다.

 사무실 나의 데스크에는 루이스헤이의 365일 긍정확언일력이라는 것이 놓여있다. 6월에는 내내 나를 사랑하라고 외치더니 7월이 되자 용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7월 12일, 어제자 긍정확언이 부제였다. 비난하는 마음은 매일 독을 삼키는 것과 같고, 과거에 계속 얽매이면 건강해질 수도 자유로워질 수도 없다는 내용이었다.


 나에게는 혼자 대결 중인 상대가 있다. 3년 전 매매한 현 아파트의 전 소유자이다. 그 집은 친정엄마가 부동산임대업자였다. 그 사실은 계약서를 쓰러 가서 알게 되었다. 만약 임대업자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선 계약금을 넣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처음 경험하는 부동산계약에 몇 달간 잠을 설쳐가며 고생했다. 애초에 신랑이 반대하는 집이었고 부동산 청약을 날려먹고 반쯤 정신이 나가서 계약한 집이었다. 


 2019년부터 분양 붐에 올라탔다. 살고 있는 지역에 여기저기 분양신청을 넣고 다녔는데 같이 분양정보를 공유하던 2명의 동료는 원하던 집 분양에 추첨으로 당첨되었는데 나는 곧잘 떨어지는 것이었다. 신랑과 내가 정한 기준은 딱 2개였다. 1,000세대 이상이고 직장에서 멀지 않을 것. 이 기준에 부합하는 곳에만 분양신청을 하다가 딱 한 번, 너무 안되니까 홧김에 넣은 300세대 2동짜리 아파트에 덜컥 당첨이 되고 말았다. 물론 신랑은 불같이 화를 냈다. 같이 정했던 두 기준 중 하나의 조건도 충족하지 못하는 아파트였다. 결국 분양을 포기했고 그 다음 해 협의이혼신청서를 내러 법원에 다녀왔다.(극적 화해로 이혼은 하지 않았다.)


 그런 상태로 구한 집이라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어쨌든 시세보다 비싸게 줬다. 그럼에도 임대업자 아주머니는 집 안의 인테리어를 거의 다 뜯어갔다. 계약서에 부속품에 대한 특약을 넣지 않으면 가져가도 된다는 것을 몰랐다. 새로 들어갈 집 인테리어 문제로 2주 정도만 입주를 늦춰달라고 했는데, 인테리어 기간동안 살 곳이 없어서 그런 줄 알았더니 인테리어를 가져가려고 그런 것이었다. 그래도 싸구려 등으로 달아주더라. 아예 아무것도 없었으면 멘붕이었을 것 같다.  2년 살고 팔고 나갈 생각에 리모델링을 하지 않았는데(부동산에서 올수리라고 이야기 한 것도 있고) 알루미늄 샷시에 안 방 창은 나무틀이었다. 올수리는 절대 아니었다.(그 외에도 제일 안좋은 집을 파는 거라는 둥 기분나쁜 말을 하고, 나는 계좌이체로 돈을 주었는데 그 돈을 본인 편의에 의해 수표로 출금하면서 수수료를 내가 내도록 하였다. 나중에 은행에서 전화와서 돈을 달라고 하여 그 때 알았다.)


 남탓만 할 것이 아니고, 나의 무지와 경솔함을 탓해야할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한동안 분노에 정신을 못차렸다. 부동산이 망하기를 빌고 전주인 집에 나쁜 일이 생기기를 바랐다. 혹시 이혼하지 않았을까하고 전주인네 카톡 프사를 열심히 들여다봤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부동산은 여전히 왕성하게 영업중이고 전주인네는 둘째를 임신했다. 내가 난임으로 고생하는 동안에도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행복했다.


 신랑과의 이혼 이슈, 난임 등으로 고생하면서 6개월정도 상담을 다녔다. 상담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생활의 안정도 찾았다. 그렇게 아파트와 관련된 분노를 잊은 듯 했다. 그러다가 어제 일력의 문구를 보고 문득 궁금해진 것이다. 전주인네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래서 카톡을 봤다.(카카오톡의 단점은 한 번 등록된 사람을 삭제하는 것이 매우 복잡하다는 것이다. 차단하고 번호를 삭제하지 않는 한 계속 남아있다. 그 사람이 핸드폰 번호를 바꿔버리면 등록된 사람이 2명이 된다. 현 소유자와 전 소유자. 그렇게 866명이 나에게 프로필을 공개하고 있다.)


 전주인네는 아주 행복해보였다. 임대업자 아줌마는 자녀가 3명이었나보다. 드디어 자녀 3명을 전부 결혼시켰다. 결혼사진에서 아주 행복하게 웃고계시더라. 아줌마가 이제 샤머니즘은 그만 좇으시고, 놀부 심보는 버리고 착한 마음으로 손자녀를 돌보며 온화하게 사시기를. 전주인은 둘째를 출산했다. 돌 직전이더라. 육아와 가게 일 병행하여 열심히 살아가시기를. 그렇게 마음으로 빌었는데 아직 비난하는 마음을 전부 버린 것이 아니었나보다. 간밤에 꿈에서 전주인 여자가 운영하는 양복점에 다녀왔다.(전주인 여자는 결혼식 남자 예복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그 양복점에서 한약방도 같이 운영하고 있어서 갑자기 나에게 살 빠지는 약을 처방해주었다. 즉, 개꿈이다.


 '용서는 나의 마음속에서 이루어진다.'


 오늘자 긍정확언이다. 나 혼자만의 대결이고 나 혼자만의 비난이지만 이제 보내줘야할 것 같다. 카톡 목록에서도 삭제해야겠다. 잘 가고 행복하시게. 그리고 나도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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