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내 남편은 시각장애인입니다'라는 주제로 1편과 2편 모두 49회의 이야기를 써내었습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20회를 전 후로 끝나지 않을까 예상했었는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것저것 할 말이 많아져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나와 가장 가까운 관계인 남편이 시각장애인이지만 당사자가 아니기에 표현할 수 없는 한계도 많았고, 또 그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바라보는 비장애인이기에 당사자와는 다른 것을 깨닫기도 했답니다.
또 실질적인 경험 외에 객관적인 자료가 필요한 경우들이 많아 자료를 찾아봤지만 시각장애인들이 알고, 경험한 것과는 다른 왜곡된 자료도 있었고 구하기 힘든 정보들도 많았습니다.
시각장애인 당사자들은 자연스럽게 살아온 별 볼 일 없는 일상이라 생각해선지 구전으로 전해지는 역사가 많았습니다.
그러니 남편의 지인을 수소문해 인터뷰를 하러 다니는 일도 많았고, 그분들과 얘기하다 힌트를 얻어 글제를 얻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지인과 인터뷰 도중 지금은 퇴직하신 서울맹학교 김기창 선생님께서 쓰신 '시각장애인 실록'이 있다는 말에 남편과 함께 찾아뵙고는 백과사전보다 더 두꺼운 책을(부록까지 더하면 5천페이지쯤 되는) 받아오기도 했습니다.
추후엔 전화까지 직접 주시며 격려해 주셨습니다.
물론 제 글은 실록이나 나무위키처럼 체계적인 지식과 정보를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저는 비장애인중 한 사람이 바라보는 그들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글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자료와 연혁에 대한 정보는 검색해 보면 찾아볼 수 있지만 그들의 생활의 실상, 그들의 마음, 또 내가 바라보는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이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이유에서 글을 쓰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장애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달까?
그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 그로 인해 자연스레 딱지가 되어버린 위축감, 분노, 우울함에 대한 이야기를 어떠한 여과와 미화 없이 벌거숭이처럼 맨몸의 일상을 말해 주고 싶었습니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착같이 살아내 왔고, 살아내려는 그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알리고 싶었으며 그로 인해 그들이 반짝이는 존재라는 것을, 아무렇게나 대해도 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외치고 싶었습니다.
모든 이야기가 시각장애인을 대변하는 표준화는 될 수 없지만 많은 이들이 그러한 모습으로 살고자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브런치 스토리를 통해 글을 읽는 분들 외에 직접 검색해서 글을 읽으러 오거나 때로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다 우연히 들어와 글을 읽게 되면서 계속 애독해 주시는 분들도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그들을 향한 일방적인 동정심이 아닌 기꺼이 '함께'하고자 하는 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에 부족한 글을 매주 나누게 된 것인데 소기의 목표를 달성해 가고 있습니다.
이제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지난 일 년 가까운 시간, 매주 글의 주제를 생각하며 그들에 대한 자료를 찾고,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든 과정이 저에게는 또 다른 생각의 힘을 갖게 했습니다.
더욱 진지한 자세로 살아야 함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의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신 시각장애인 여러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관심 가져주신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5월 마지막 주인 다음 주 금요일은 휴재를 하고, 6월 첫 주 금요일부터는 새로운 주제로 연재를 시작하려 합니다.
네 명의 자녀들 중 둘째인 올해 만 18세가 된 딸아이의 이야기입니다.
그 아이의 범상치 않았던 어린 시절, 불꽃같은 사춘기를 겪으며 그 아이와 저의 고군분투기 등을 시점에 상관없이 서술하려 합니다.
뒤늦은 육아일기일 수도 있습니다.
같은 시기를 겪어오셨거나, 앞으로 그 길을 가야만 하는 분들과 함께 따뜻한 마음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휴식이 필요할 때 산들바람이 되어드리겠습니다.
쉬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