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6개월 검진 그리고, 일상

내 마음을 돌아보고 나를 아껴주어야 하는 나날들

by 럭키쥬쥬

진단 이후, 표준치료가 결정되고 주치의의 지시에 따라 치료를 이어갔다. 외과 수술을 했고, 항암과 방사선은 없었으며, 항호르몬제의 복용과 난소 기능을 중지시키는 주사까지. 작년 추석 이후는 그렇게 루틴이 정해진 치료 과정에 몰두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시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너짐의 시기를 맞이했다.


가족들을 안심시켜야 하기에. 나 스스로 최면을 걸며 마인드 컨트롤도 필요하기에. 괜찮다고 하면 괜찮아질 거라는 희망 때문에. 진단을 받은 이후 계속해서 나는 '괜찮다'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하지만 실상은 괜찮지 않았다. 코 끝이 시린 비람이 불기 시작한 즈음, 초 겨울에 접어들던 때였다. 그렇게 괜찮다고 말하며 버티고 있던 나의 마음속 장벽이 한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난 괜찮지 않았고, 난 암 환자고, 언제 또다시 재발할지 모르는 걱정과 불안, 두려움, 공포라는 감정이 불현듯 파도처럼 떠밀려왔다. 난생처음 경험해 보는 이 알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어떻게 숨을 쉬어야 할지 막막해질 뿐이었다. 그렇게 심리상담을 찾아가게 되었다.


막상 상담을 신청하고 잠시 후회도 했다. 상담일이 되고 그날의 나를 보니, 구태여 상담까지 받아가며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운동을 좀 더 열심히 하고, 기분 전환만 잘하면 될 것 같은데. 괜히 가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대단한 착각이고 오만이었다. 하하하하. 상담실 들어가서 10분 즈음 지났나? 정신 차리고 보니 눈물샘이 터진 나 자신. 하아.


매주 꼬박꼬박 정기 상담을 다니며, 나의 내면을 돌아보고 자기 객관화를 좀 더 잘해보고 싶었다. 암 진단에 따른 우울감과 상실감이 나를 그곳에 이끈 동기였다면, 실상 상담은 내 마음 저 깊은 곳에 있는 아주 오래된 큰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불안이 엄습하고, 불안이 나를 둘러싸고 있던 이유를 찾아냈다는 것.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덕분에 그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지난날의 상처와 대면해야 함이 매우 고통스러웠지만, 그래도 큰 원인을 알아내서 다행이다 싶다. 지금은 잠시 2차 수술을 앞두고 한 달 정도 상담을 멈추고 있다. 4월에 다시 가면 나는 또 얼마나 나를 돌아보게 될까.


상담 이후 일상에서 크게 변화된 것은 없었다. 다만, 내가 느끼기엔 매우 크게 변한 지점이 있는데 바로 '쉬는 것도 해야 할 일이다.'라는 사실이다. 쉼을 모르고 살던 일상에서 잠시라도 짬 내서 소파에 앉기, 의자에 앉기, 그냥 앉아 멍 때리기 힘들면 책이라도 보기. 자기 전에 명상하기. 명상을 절대 하지 못할 거라 장담하던 나였는데, 어느새 돈 내고 어플을 받았다. 하하. 갑작스럽게 나에게 불안과 우울이 밀려올 때면 어플 속 명상의 사운드를 통해 나를 감싸 안아본다. 토닥토닥. 힘내.


시간은 참 빨리도 지나간다. 진단받은 게 얼마 전 같은데, 벌써 6개월 검진을 마쳤다. 폐 엑스레이와 혈액검사가 6개월 검진의 전부지만, 엑스레이로는 유방암의 전이가 가장 높은 폐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혈액검사 속의 종양표지자 검사로 전이, 재발의 여부를 체크할 수 있다. 물론, 항호르몬제 복용에 따른 자궁 내막 추적 관찰은 개인적으로 계속해야 한다. 복용 초반에 가이드라인 확인 후, 6개월 검진 직전에 변화도를 검사해 가면 유방외과 주치의가 복용약의 지속 여부를 체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내막 두께는 변화 없이 그대로 정상이었다. 하지만 n년차에 어느 날 갑자기 튀어버릴 수가 있기에 방심할 수는 없지. 1년 검진이 되어야 유방 초음파를 할 수가 있기에 진단받았던 유방외과로 가서 초음파 검사도 했다. 그럼 이제 로컬과 본원에서 유방 초음파를 6개월 텀으로 보게 되는 꼴. 이래저래 산부인과, 유방외과를 거쳐 본원의 검사를 마친 후 만난 주치의와의 대화는 명료했다. 모든 수치 이상 없고, 이대로 관리 잘하자. 가장 중요한 건 살찌지 말지어다였다. 항호르몬제 복용에 따라 나타나고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최근 지속해서 나타나고 있는 불면증에 대해 말했고, 정신의학과 진료를 권고받았다.


아직 재건 수술이 끝나지 않았다. 지연복원인데, 예상했던 것보다 훠어어어얼씬 지연되어 봄 햇살을 맞으며 수술하게 되었다. 의료대란에 따른 문제를 온몸으로 겪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 미칠 듯이 오지 않던 대망의 수술일이 어느덧 코 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실. 드디어 확장기 탈출의 디데이가 코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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