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재건 수술

호르몬성 유방암 표준치료 과정의 끝, 재건 수술까지 완료.

by 럭키쥬쥬

작년 여름, 무더웠던 더위 속에 암 확진을 받고 전절제 수술을 한 이후. 8개월 만에 재건 수술을 한다. 동시 복원을 할 수도 있었으나, 보형물이 삽입되지 않는 유방과 보형물이 삽입될 유방의 차이가 걱정되었다. 수술대에 1번만 오르면 되는 일이지만, 두고두고 후회하고 우울감에 사로잡힐 것 같은 느낌이 컸다. 안 그래도 자산이 얼마 없는 가슴인데, 대칭도 안 맞으면 정말 최악이지 싶어. 양 쪽 대칭을 위한 미용 확대를 결정했다.


삽입한 확장기의 사이즈는 450cc, 일반 로컬의 성형외과에서 미용 성형을 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여러 용어는 잘 모르겠지만, 교수님이 적당한 사이즈를 잡으셨을 거라 생각했다. 최종적으로 확장기는 450에 맞게 식염수를 주입해 두었고, 그러다 보니 반년 가까이 왼쪽 가슴엔 패드를 두 겹 이상 덧대야 하는 일상이었다. 확장기를 삽입해 둔 가슴은 매우 불편하다. 물 주머니가 만져지고, 확장기 테두리에 있는 손잡이 같이 생긴 부분도 만져지고, 심지어 나는 피부 절단면이 너무 얇아서 확장기의 바늘 주입구 위치 표식까지 육안으로 보일 정도였다. 일상적인 움직임에도 간혹 고통이 따르는 순간도 있을 정도였으니. 빨리 이 악마의 확장기를 탈출하고 싶을 뿐!


시간이 그렇게 흐르고 나니 드디어 재건의 날이 도래했다. 수술을 앞둔 외래에서 교수님은 보형물 임상연구에 참여를 권하셨다. 아마도 피부가 워낙 얇게 남겨져 있어 리플링을 동반할 텐데, 이를 최소화해 주시려는 게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교수님 만세) 암환자에게 재건은 1가지 보형물만 적용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근데 이번 임상 연구 참여라는 좋은 기회를 통해 새로운 보형물을 지원받게 되었다. 선뜻 참여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추적관찰이었다. 중증 관리는 5년을 받게 되지만, 이 연구 참여자는 보형물을 10년간 팔로우하게 된다. 직접적인 관리는 아니지만, 때마다 병원 와서 mri 찍고, 보형물 파손, 파열여부 확인하는 게 얼마나 좋은 기회인지. 그 과정이 너무 소중해서 고민하지도 않고 참여를 결정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수술/입원, 치료 비용 일체를 지원하는 줄은 몰랐다. 교수님 만세!)


제왕절개보다 쉬웠던 전절제 수술보다도 쉽다고 하는 재건 수술. 다들 쉽다 쉽다 해서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뇌를 비우고 입원했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은 경험하며 배운다. 수술은 역시 수술이었다. 안 아플 리가 있나, 당연히 아프지. 덜 아프다는 것뿐이지, 나는 그걸 안 아프다로 인식하고 있었구나!!


2인실 병실에서 세상 창피하게 앓는 소리를 해가며 수술실에서 돌아왔다. (부끄러움은 정신이 돌아오고 나서 휘몰아치는 것...) 하루를 푹 내리 자고, 수술한 지 3일째가 되는 날 퇴원을 했다. 주말이라 한산한 본관을 휘적거리며 배액관 두 개를 달랑달랑 달고 집으로 돌아왔지.


오늘로 수술한 지 1주일이 지났다. 컨디션은 많이 좋아졌고, 움직임도 한결 가벼워졌다. 배액관은 어제 첫 외래에서 바로 제거했다. 거울에 비친 가슴을 잠시 쳐다보니 오만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작년 여름부터 어떻게 오늘까지 지나온 건지. 내 가슴이 결국엔 다시 생겼네 싶어 울컥하기도 하고. 가슴이 없어져도 건강하기만 하면 된 거지, 재건 못해도 괜찮아!라고 실없이 나를 위로하던 찰나들도 생각났다. 그냥 나 스스로 나를 위로하기 위해 한 말이었는데, 재건 안 했으면 정말 후회할 뻔했다. 외면의 변화가 내면의 우울했던 나를 일으켜주었달까. 뭐라고 말로 풀어내기 어려운 감정이 밀려온다. 그러면서 성형외과 교수님께 (시간이 된다면)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성형외과는 미용을 위한 영역이었지, 재건/복원을 위한 치유의 과정은 사실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영역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아프고 나니까, 재건을 위한 성형외과 영역은 단순히 외형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뿐만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의 심리적 안정과 사회의 복귀를 위해 너무 소중한 일이었다. 그래서 로컬의 성형외과가 아닌 대학병원 성형외과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사뭇 놀랍게 느껴졌더랬다.


절제 수술을 앞두고, 재건 여부를 고민하고 있을 누군가가 있다면. 꼭 하시라고 전한다. 뭐든지 하고 후회하는 게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나을 테니까. 그나저나 이렇게 재건 수술까지 완료하고 나의 적극적인 표준치료 과정은 모두 클리어한 셈이다. 항암도, 방사선도 없이 지나가게 된 것을 감사히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 걱정스럽긴 하다. 잊을만하면 도래할 1년 검진, 잊을만하면 도래할 3개월 단위의 졸라덱스 처방, 너무나도 익숙하게 매일을 깨워 암환자임을 잊게 만드는 놀바덱스. 이제 앞으로의 순간들이 조금은 더 평온하길. 그리고 보형물도 부작용 없이 잘 자리 잡을 수 있길 조용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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