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에 잠식당하기 않기 위한 발버둥
수술 2개월 차.
한 달이 지났을 때, 교수님의 외래는 몹시도 기분이 좋았더랬다. 구축도 없고 위치도 적절하고 대칭도 좋다는 주치의 선생님의 멘트는 너무 행복했고, 그래도 운동은 아직 조심해야 한다는 말은 좀 슬펐다. 한 달이면 그래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엉엉엉.
신기하게도 전절제 한 오른쪽은 팔을 움직이는데 크게 무리가 없다. 이건 이미 충분히 늘려놓은 조직, 이미 자리 잡고 있는 진피의 위치, 구축 없이 보형물만 교체한 깔끔한 상황 등이 만든 결과였겠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미용을 한 왼쪽 팔이 기분 나쁘게 불편한 감이 있다. 뭐라고 해야 하나, 겨드랑이가 찝히는 기분? 어깨 위 뒤쪽 부근이 뼈가 맞닿는 느낌? 그 알 수 없는 불쾌한 뻐근함이 있는데 이건 억지로 조직을 건드려 발생한 일이 아닐까 싶다. 조금씩 나아지겠지 뭐. 스트레칭이나 잘하는 수밖에.
사람은 참 간사하다. 없던 가슴을 만들어 놓고 나니까 조금 더 키울걸 그랬나 싶어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정신 차려, 전이 없이 발견해서 표준치료 일찍 마무리한 게 어디냐 인간아 라고 속으로 되뇐다. 간혹 아이 친구의 엄마들이 왜 저렇게 휴직을 오래 하는지, 뭐 저렇게 운동을 과하게 다니는지 의구심을 갖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을 걸기도 하는데 '아, 제가 암환자라서요.'라는 말은 못 하고 하하하 허허허 다이어트해요.라고 어물쩍 지나가는 게 수십 번째다.
두려움과 불안은 하루에도 수십 번 나를 찾아온다. 이렇게 표준치료와 재건이 끝난 이후, 외적으로 아무런 특이점이 없는 순간이 도래하자 더 극도로 불안이 엄습해 온다.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 있는 전이와 재발의 공포는 나의 정신 건강을 갉아먹는 거머리 같은 느낌이다. 아무리 떼어내도 떼어내지지 않는 그런 존재. 그렇다고 놔두면 더 깊이 파고들어 가는 그런 존재.
불안은 그렇게 나의 사고를 잠식해 간다. 살이 조금만 쪄도, 군것질을 조금만 해도, 쌀밥을 조금만 많이 먹어도, 고기를 조금만 많이 먹어도, 그냥 모든 순간에 불안이 도사리고 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이 정도의 불안이 있었던가.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하기까지 그 당시의 감정보다 모든 치료과정이 끝난 이후 지금의 감정이 더 불완전하다. 그때는 일상적인 우울과 슬픔이 가득한 대신에 나 스스로에게 용기와 힘을 주고 싶은 의지가 있었다면, 지금은 특별한 감정이 없는 평범한 일상인 척하는 순간마다 내가 암환자라는 사실을 각인시켜 준다. 그 텀도 그리 길지도 않다. 운동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잡생각도 많아지고, 어둡고 축축한 감정에 마음이 좀 먹는 듯하다. 빨리 나아져야지. 크게 내딛고 밝아져야지 싶다.
기억해 두려는 2개월 차의 내 모습
여전히 선명한 절개부위, 전절제한 부위는 윗가슴이 꺼졌다. 좌측과 비교하면 움푹 꺼진 게 만져진다. 감각이 돌아오는 건지, 보형물 경계선 부근으로 간지럽고 저릿한 느낌이 들어 자꾸 손이 간다. 좌측은 너무 좋다. 이중평면 수술로 위치도 모양도 너무 좋다. 아래쪽 절개부위는 여전히 진하지만, 어차피 가슴에 가려지는 부분이라 크게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는 된다. 팔을 올려보면 좌우 느낌이 다르다. 우측은 절개부위를 따라 조직이 섬유화 된 게 느껴져 절개부위가 뻗어나가는 방향으로 묵직하고 뻣뻣하다. 좌측은 가슴과 겨드랑이의 연결지점이 뻣뻣하고 어깨 뒤편이 아픈 특이점이 있다. 두 달간 자세가 틀어져서 그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