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재발'은 아니길 기도했는데.

1년 6개월 검진과 치료의 재시작: 수술 그리고!

by 럭키쥬쥬

1년 6개월 검진을 앞에 두고, 복직을 앞에 두고, 다시 또 캄캄한 터널에 들어와 버렸다. 재발이라니. 그것만은 아니길 바랐는데, 젠장. 하염없는 푸념과 자조 섞인 체념으로 며칠을 보냈다. 겉으론 씩씩한 척, 다시 잘할 수 있는 척, 세상의 모든 용감한 척은 혼자 다 했다. 걱정 어린 주변인들의 연락은 AI가 대답하듯 밝고 명랑하게 받아쳤고, 목소리가 좋아서 다행이다라는 말을 들으며 운다고 암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라는 터무니없는 대답을 했다. 그렇지.. 운다고 암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 하지만 슬플 땐 슬프다고, 아플 땐 아프다고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나는 그게 참 어렵다. 그래도 어쩌겠어, 다시 시작해 봐야지.


2년 전 여름 전절제 수술, 지난봄 재건 수술, 그리고 올해 정초에는 다시 부분절제 수술. 무슨 전신마취의 텀이 이리도 짧은가. 1년의 사이클도 못 채우고 수술대로 3번이나 향하는 팔자. 그래도 수술 좀 해봤다고 이번엔 여유도 있었다. 수술장 들어가며 시계도 보고, 회복실에서 눈 뜨자마자 간호사 선생님한테 몇 시냐고 물어도 보고, 그 와중에 수술 시간도 계산하면서 아이 학교에 전화하지 않았단 사실을 깨달았고. 병실에 올라오자마자 남편한테 학교에 전화하라고 말도 해주고. 아! 장하다. 나란 인간.


부분 절제로 종괴 덩어리는 깔끔하게 없어졌다. 림프도 문제없고, 완벽히 깔끔했다. 새로 생긴 암도 호르몬성이었고, 지난번과 흡사한 조직검사 결과를 받을 수 있었다. 호르몬 양성이라 비싼 돈 주고 온코검사도 했고, 항암 없이 항호르몬 치료만으로도 가능하다기에 좋아했었건만. 이리 쉽게 재발하다니. 그것도 호르몬 양성은 초기 몇 년이 아니라 막 10-20년 후에 재발할 수도 있다고 하더니, 나는 뭐지? 항호르몬 치료를 하고 있는데 호르몬양성 암이 다시 생긴 거면 항호르몬치료가 실패한 건가? 등등의 의식의 흐름이 지속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주아주 미세하게 남아있던 유방 조직 세포가 무럭무럭 암으로 성장하고 있었다는 사실뿐.


수술을 마쳤지만, 아직 모든 것이 명쾌해지지는 않았다. 일단 수술 전 검사에서 느닷없이 등장한 뼈 전이 의심 소견이 그 첫 번째. 아무런 맥락 없이 bone scan에서 흉골 전이 의심 소견을 받았다. 별생각 없이 갔던 진료실에서 느닷없는 전이, 4기 등의 단어를 엄마와 함께 듣게 되었다. 아뿔싸, 왜 하필 이 타이밍에 엄마랑 같이 왔지. 엉엉 울어버리는 엄마 앞에서 오히려 내 머릿속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딱히 눈물도 흐르지 않았고, 그냥 혼자 있고 싶었다. 그런 기분으로 수술 스케줄을 보냈다. 그러니 아무리 수술이 잘 끝났어도 내 마음은 편치 않을 수밖에. 추가된 MRI검사가 가장 큰 고비였는데, 다행히 전이는 없었다. 뼈는 괜찮다는 이야기 또한 진료실에서 예고 없이 받았다. 마음 졸이며 며칠을 더 지내야 할 줄 알았는데, 빠르게 전해 들은 즐거운 소식에 수화기 너머 엄마는 또 울고 있었다.


인간이란 동물은 참 간사하기도 하지. 재발했다는 소식을 들은 처음엔 항암, 방사 치료 이야기를 듣고 무너져 내렸다. 그런데 전이 의심 소견을 듣고 나서는 항암 따위, 방사 따위 아무런 걱정거리가 되지 않았다. 고통은 고통으로 잊는 걸까. 고통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더 큰 고통으로 현실을 인정하게 만드는, 병원의 고도의 전략이라고 한다면 이건 정말 최고의 방법임이 틀림없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던 2월의 마지막은 종양학과 첫 외래로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과연 나의 약물치료와 방사선치료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인간이란 망각의 동물이기에 기록해 두는 수술 후 경과.

- 전절제보다 안 아프다. 왜냐하면 이미 전절제한 가슴이니까. 세상에서 제일 아픈 건 제왕절개 수술임.

- 그런데 림프 쪽은 너무 아프다. 액와막이 생겨버렸다.

- 그렇지만 스트레칭을 겁내 해야 하는 걸 알고 있기에 열심히 풀어보는데, 와 씨 멍든다! 망했다.

- 내 오른쪽 가슴은 칼금만 3개, 배액관 자국만 3개. 켈로이드 피부라 불쌍한 내 가슴.

- 2박 3일 입원, 퇴원 3일 후 배액관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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