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사대주의 근성이 나라를 망친다

by 나팔수

[단상] 사대주의 근성이 나라를 망친다


한 나라의 몰락은 전쟁이나 경제 파탄만으로 오는 것이 아니다.


자기 문화를 부끄러워하고, 타자의 이름을 빌려 권위를 얻으려 할 때 이미 그 나라는 정신적으로 식민지화되어 있는 것이다.

한국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벌이는 일부 사업들은 실로 “망할 짓”의 교과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 송도의 외국 대학 유치 사업이다. 학생 수는 줄고, 국내 대학조차 통폐합 논의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유럽 대학의 분교를 세금으로 끌어들이는 발상은 전형적인 문화 사대주의이자 교육적 자해행위다.


현실은 어떠한가? 대부분의 외국 대학 분교는 정원 미달, 낮은 경쟁력, 교육 품질 논란으로 국제학교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껍데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모든 게 합리화된다. 이것이 바로 망국의 징후다.


부산시가 추진한 퐁피두 미술관 분관 유치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프랑스의 문화 브랜드를 한국 땅에 옮겨오는 것을 문화 수준의 척도로 삼는 기이한 발상.

그에 필요한 운영비와 건립비는 수천억 원에 달하고, 그 모든 재원은 결국 시민의 세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지역 예술가들의 생태계를 살리는 데 쓸 예산은 없고, ‘퐁피두’라는 이름 하나에 목을 맨다.

예산은 해외로, 허세는 지역 정치인의 업적으로, 문화는 타자의 이름에 종속된다. 이러한 정책은 단지 일회성 실수가 아니다. 이 나라가 가진 구조적 문화 사대주의와 자기불신의 뿌리 깊은 습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청와대 개방 후 아무런 문화적 비전 없이 ‘산책 코스’로 방치된 공간,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 국내 기업보다 더 많은 세제 혜택을 퍼주는 정책, 한류 붐을 외국 플랫폼(넷플릭스, 유튜브)에만 얹혀 확장하려는 미디어 전략까지. 이 모든 것은 대한민국이 스스로의 주체성을 상실한 채, 외부의 권위에 목매는 사회임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단순한 ‘관성’이나 ‘무능’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바탕에는 식민의 후유증, 비판 없는 추종, 정체성에 대한 깊은 혼란이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런 요소들이, “망할 수밖에 없는 나라”라는 냉정한 진단의 근거가 된다.


진정한 문화 강국은 남의 이름을 빌려 오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것을 사랑하고, 스스로의 이름으로 그것을 빛내는 나라만이 문명의 주체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아직 그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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