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돋보기] 이름 없는 아이, 문명 없는 사회
병원비 28만 원 주고 신생아 매수… 출생신고도 안 하고 학대 (연합뉴스 2025.10.12.)
항소심 재판부, 1심과 같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
필수 예방 미접종 등 아동방임혐의는 무죄
1. 법의 냉정함이 아니라, 법의 무감각
재판부는 이렇게 말한다.
“양육 수준이 사회 평균보다 부족하더라도 아동복지법상 방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 문장은 법의 객관성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법이 인간의 고통을 외면하는 방식이다.
‘사회 평균’이라는 모호한 잣대는 책임을 흐리고, 아이의 현실적 고통을 추상화한다. 이것은 법이 살아 있는 인간을 보지 못하고, 조항의 틈새에서 인간을 지워버리는 방식이다.
2. 법은 정의를 말하지만, 정의의 체온은 없다
법의 언어는 늘 중립을 가장하지만, 중립은 때로 야만의 편에 서게 된다. 한 아이가 이름도 없이, 예방접종도 없이, 다섯 해를 살았다면 그 자체가 이미 “방임”이 아니라 “유기”다. 그러나 재판부는 ‘일부 병원치료가 있었으니 방임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것은 문명이라는 이름의 관료적 잔혹함이다 —
칼이 아니라 ‘판결문’이라는 도구로 인간의 상처를 다시 덮어버린 행정적 폭력.
3. 법의 자태, 곧 문명의 초상
“법의 자태”란 결국 문명이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그 거울에 비친 것은 법복을 입은 인간의 위엄이 아니라 “책임의 회피, 감정의 결핍, 인간에 대한 무관심”이다. 이 사건은 ‘법’이 아니라 ‘문명’의 얼굴을 고발한다.
4. 진정한 문명은 약자를 보호하는 힘이다
문명이란 단지 건물과 법전, 제도를 세운 것이 아니라 가장 작은 생명을 어떻게 대하는가로 증명되는 것이다. 그 아이는 이름 없이 다섯 해를 살았고, 사회는 그 다섯 해를 “무죄”라는 말로 지워버렸다.
그 순간, 문명은 또 한 번 인간의 얼굴을 잃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