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사모곡(思母曲)

by 나팔수

뒤늦은 사모곡(思母曲)


그녀는 너무 이른 나이에 어른이 되었다.

낯선 집의 문턱을 넘던 날, 아직 소녀의 어깨에는 어른의 짐이 너무 무거웠다. 말 한마디 조심해야 했고, 밥상 하나에도 눈치를 배워야 했다. 해가 뜨기 전부터 일어나고, 해가 져도 하루는 끝나지 않았다. 가난은 늘 숨처럼 따라붙었고, 어른을 모시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었다. 아픈 날에도 쉬지 못했고, 서러운 날에도 울 곳이 없었다.


그 세월이 지나, 아이들이 자라 집을 떠날 즈음에야 비로소 숨을 고를 수 있을 것 같았을 때—

그때 그녀의 몸은 이미 너무 오래 참아온 몸이 되어 있었다. 잘 먹지도 못했고,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집은 조용해졌고, 낮은 길어졌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외로움이 저녁마다 방 안에 내려앉았다. 평생을 누군가를 위해 살았는데, 정작 혼자가 되는 순간을 가장 늦게 맞이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남은 사람은 이제야 그 시간을 이해한다.

어릴 적에는 몰랐던 고단함, 그때는 보지 못했던 어머니의 뒷모습이

오늘 같은 날, 갑자기 가슴을 꽉 죄어 온다.

조금만 더 같이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면,

조금만 더 손을 잡고 “괜찮다”고 말해주었다면

그 외로움이 덜했을까 하는 생각이 숨을 막히게 한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훗날 다시 만난다면,

이번에는 절대로 떨어지지 않겠다고.

온종일 곁에 머물며, 말없는 시간까지 함께 견디겠다고.

외로움이 오기 전에 먼저 이름을 불러주겠다고.

그 그리움은 오늘도 깊어지지만,

그 깊이만큼 사랑도 아직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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