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정치와 리더십의 실종

비전 없는 나라의 초상

by 나팔수

[논단] 이미지 정치와 리더십의 실종 – 비전 없는 나라의 초상


정치는 국가의 방향을 설계하는 철학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정치는 그 철학을 잃고 이미지의 무대로 전락했다. 대통령의 미소, 홍보 영상, 예능 프로그램이 국가의 현실을 대신하고 있다. 정치의 무게는 사라지고, 연출의 기술만 남았다. 국민은 위로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방향을 원한다. 지도자는 인기를 얻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리더십은 위기를 관리하지 못하고 현실을 포장하는 일에만 능숙하다.


외교는 국익을 지키는 계산의 기술이다.

그러나 지금의 외교는 데이터도 논리도 없이 미국의 요구에 고개를 숙이는 장면만 되풀이된다. 3,500억 달러를 내놓으라는 강탈에 통화스와프를 해 달려든 지, 장기에 걸쳐서 나눠내게 해 달라, 또 깎아 달라는 둥, 이게 어디 강도를 상대하는 협상인가. 협상단은 미국을 뻔질나게 드나들면서 얼마나 비굴하게 협상안에 도장을 찍게 해달라고 애걸하고 있는지 눈에 선하다. 차라리 협상단이 아니라 대미 구걸사절단이라는 말이 맞을 것 같다.


게다가 국가안보실장이라는 자는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손에 쥔 카드가 수없이 많은데도 어느 하나 꺼낼 생각을 못하는 얼간이들이다. 아니 어떤 카드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같다. 이 모든 건 상대에게는 동맹이 아니라 종속의 신호로 읽힌다. 특히 트럼프 같은 양이치에게는 말이다. 말이 투자이지 강탈이라는 사실을 정부와 외교팀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도둑은 물리칠 대상이지 나가달라고 무릎 꿇고 사정할 대상이 아니다. 게다가 APEC회의를 앞두고 트럼프가 오면 혹시 김정은을 만날지도 모른다고 장관이란 자는 판문점에 가서 청소하고 있다니 나라가 뭣이 중한지를 모르고 있는 게 한탄스럽기만 하다. 미국, 중국, 일본 어느 누구도 우리의 통일을 원치도 않고 도와줄 생각도 없다. 도대체 대통령이 말하는 국익은 무엇을 말하는가.


부동산 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서울의 집값은 치솟고, 청년은 결혼을 포기한다.

정부가 내놓는다는 대책은 겨우 대출규제 정도이다. 그 마저도 진원지인 강남은 빠졌다. 국민의 삶은 통계가 아니라 절망으로 측정된다. 집은 자산이 아니라 불평등의 증명서가 된 지 오래되었다. 하긴 정권의 실세들이 강남에서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고 있다니 이게 나라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리더십은 결국 사람이다. 전문가를 쓰지 못하는 정치, 충성으로 채워진 권력 구조는 국가의 역량을 갉아먹는다. 대한민국에 인재가 넘쳐나는데 주변에 같이 놀던 눈에 익은 인사들로만 무거운 자리를 채우니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리가 있겠는가. 자고로 리더는 인재를 널리 구하라 했거늘,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리더는 결국 자신을 투영하는 무능한 나라를 만들 수밖에 없다. 리더는 완벽할 수 없다. 그렇다면 리더는 유능한 사람들을 곁에 두고 겸손한 자세로 끊임없이 배우고 조언을 구해야 한다.


"내가 반세기 넘게 한국인으로서 한국에 살면서 뼈저리게 느낀 건 단 하나. 한국과 한국인들은 자기 것을 지킬 줄 몰라 늘 후손들을 욕보이는 족속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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