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사모곡(思母曲)

어머니의 고독을 이제야 알게 되다

by 나팔수

뒤늦은 사모곡(思母曲)

― 어머니의 고독을 이제야 알게 되다


어머니를 떠올리면, 한 장면이 아니라 하나의 침묵이 먼저 떠오른다.

나는 그 침묵의 의미를 오래도록 알지 못했다. 어머니는 늘 그 자리에 계셨고, 나는 늘 떠나야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떠나는 것은 나의 몫이었고, 남는 것은 어머니의 몫이었다. 그 단순한 질서를 나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집을 떠나 객지에서 살기 시작했을 때, 나는 내 삶을 살아가는 데 몰두했다. 살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바빴고,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그러나 어머니가 계신 집의 시간은 나와는 다른 속도로 흘렀을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밥을 지으시고, 마당을 한 번 둘러보고, 특별히 할 일이 없어도 하루를 보내야 하는 시간. 누군가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익숙한 체념이 같은 자리에 함께 앉아 있었을 것이다.


나는 가끔 집에 들렀다가 다시 떠나곤 했다. 어머니는 내가 떠날 때 특별한 말을 하지 않으셨다. 그저 “몸 건강히 지내라”는 말 한마디를 남기셨다. 그 말속에 얼마나 많은 말들이 담겨 있었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나의 자리로 돌아갔다.

어머니는 그 자리에 남아 계셨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떠난 뒤의 집 안 풍경이 자꾸 떠오른다. 문이 닫히고, 발자국 소리가 사라지고, 다시 원래의 적막이 집 안을 채웠을 것이다. 어머니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 계셨을지도 모른다. 이미 떠난 사람의 자리를 바라보면서.

그러나 그 장면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어머니는 언제나 내가 있는 자리에서만 존재하셨고, 내가 떠난 뒤의 어머니의 시간은 나의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가슴이 아프다.

어머니는 분명히 외로우셨을 것이다. 자식들을 키워 모두 떠나보내고, 그들이 각자의 삶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시간은 점점 더 조용해지는 것을 느끼셨을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 외로움을 내 앞에서 단 한 번도 드러내지 않으셨다.

그것은 감춤이 아니라, 견딤이었다.

자식이 돌아설 때, 붙잡지 않는 것.

자식이 떠날 때, 돌아오라고 말하지 않는 것.

그것은 포기가 아니라, 사랑이었다.


어머니는 자신의 고독을 대가로, 나의 자유를 허락하셨다.

지금 와서야, 나는 한 장면을 떠올린다. 설날을 앞둔 겨울의 부엌이다.

아무도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집이었지만, 어머니는 늘 명절을 준비하셨다. 쌀을 씻어 물에 담가 두고, 마른 나물을 물에 불리고, 떡국에 넣을 고명을 하나하나 마련해 두셨다. 부엌에는 물 끓는 소리가 잔잔하게 흐르고, 어머니의 손은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그 손을 그저 명절을 준비하는 손으로만 보았다. 그러나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것은 음식을 만드는 손이 아니라, 돌아올지도 모르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손이었다. 오지 않을 가능성을 알면서도 준비를 멈추지 않는 손, 이미 지나간 시간과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함께 붙잡고 있는 손이었다.

그 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기다림과 체념, 그리고 끝내 놓지 않는 사랑을.


나는 그것을 너무 늦게 알게 되었다.

어머니를 보내드린 뒤, 나는 문득문득 생각한다. 어머니는 혼자 계시던 그 시간들을 어떻게 견디셨을까. 아무도 없는 집 안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 무엇을 생각하시며 하루를 보내셨을까.

그 고독은 아마도 말로 표현되지 않는 종류의 것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말하지 않으셨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가끔 그 집을 떠올린다. 어머니가 계시던 자리, 어머니가 앉아 계시던 자리, 어머니의 손길이 머물렀던 자리. 그곳에는 이제 아무도 없지만, 이상하게도 완전히 비어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어머니의 고독이, 그 자리에 아직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나는 그 고독을, 이제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어머니의 고독은 끝난 것이 아니라, 나에게로 건너왔다.


나는 이제 안다.

어머니가 외로우셨다는 것을.

그리고 그 외로움을, 끝까지 감추셨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지금도 가끔, 아무도 없는 시간 속에서 어머니를 생각한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뒤늦은 사모곡이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丙午年 새날에 당신의 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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