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시간을 다시 걷게 하는 일
내가 만약... 시계 수리공이라면
― 멈춘 시간을 다시 걷게 하는 일
내가 만약 시계 수리공이라면, 나는 시간을 직접 만지는 사람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시계를 단순한 물건으로 생각한다. 손목 위에 올려놓고 시간을 확인하는 도구. 그러나 시계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그것은 한 인간의 시간과 함께 움직여 온 존재다.
결혼식 날 손목에 채워졌던 시계,
누군가에게 선물로 받았던 시계,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나온 시계.
그 시계가 멈춘다는 것은 단순히 기계가 고장 난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의 흐름이 잠시 멈추는 것과도 같은 일이다.
한 번은 그런 일이 있었다. 시계가 멈추어 버린 것이다. 백화점에 가져가 물었더니, 그 시계는 여기서 고칠 수 없다고 했다. 서울로 보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스위스나 독일 본사로 보내야 한다고 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돌아섰다.
그리고 남포동으로 갔다.
그곳에는 시계 골목이 있었다. 좁은 골목 양쪽으로 시계 가게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그 안에는 시계 수리공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조용히 시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확대경을 눈에 댄 채, 아주 작은 부품들을 다루고 있었다.
나는 그중 한 곳에 들어가 시계를 내밀었다.
수리공은 아무 말 없이 시계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잠시 그것을 바라보았다. 마치 시계의 말을 듣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도구를 들어 시계를 열었다.
몇 분이 지났을까.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시계를 내밀었다.
시계는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시간은 스위스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손안에 있었다는 것을.
내가 만약 시계 수리공이라면, 나는 단순히 기계를 고치는 사람이 아니라, 멈춘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시계 속에는 수많은 톱니바퀴가 있다. 그중 하나라도 제자리를 벗어나면, 전체가 멈추어 버린다. 그것은 인간의 삶과도 닮아 있다.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어긋남이, 전체의 흐름을 멈추게 하기도 한다.
시계 수리공은 그 어긋남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그것은 힘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이해로 되는 일이다.
시계를 고친다는 것은, 그 시계가 걸어온 시간을 존중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시계가 앞으로 걸어갈 시간을 다시 열어주는 일이다.
세상에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지키고, 멈춘 것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사람들도 있다.
엘리베이터를 고치는 사람, 하수도를 고치는 사람, 그리고 시계를 고치는 사람.
그들은 세상을 바꾸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이 멈추지 않도록 지키고 있다.
내가 만약 시계 수리공이라면, 나는 시간을 소유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다만, 멈춘 시간이 다시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조용히 그 등을 밀어주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
나는 아무 말 없이 그것을 주인의 손에 돌려줄 것이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