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구두 수선공이라면

인간이 걸어온 길을 만지는 일

by 나팔수

내가 만약... 구두 수선공이라면

― 인간이 걸어온 길을 만지는 일


내가 만약 구두 수선공이라면, 나는 사람의 발이 아니라, 그 사람이 걸어온 시간을 보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구두가 낡으면 버린다. 밑창이 닳고, 가죽이 갈라지고, 더 이상 처음의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면 그것은 쓸모를 다한 물건이 된다. 그러나 구두 수선공에게 구두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그것은 한 인간이 걸어온 길의 기록이다.

밑창이 닳은 모양은 그 사람이 어떤 걸음을 걸어왔는지를 말해준다. 한쪽만 더 많이 닳은 구두는 그 사람이 삶의 어느 쪽에 더 무게를 실어왔는지를 보여준다. 깊게 파인 주름은 그 구두가 오랜 시간 동안 견뎌온 시간을 증언한다.


내가 만약 구두 수선공이라면, 나는 그 흔적을 지우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존중할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은 새로운 구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많은 길을 걸어온 구두가 다시 걸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 발에 잘 맞는 구두를 만나게 되면, 그것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처음에는 단단하고 낯설었던 구두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발의 모양에 맞추어지고, 마침내는 자신의 일부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그때의 구두는 더 이상 단순한 신발이 아니라, 자신의 걸음을 함께 견뎌온 동반자가 된다.


나 역시 그런 구두가 있었다.

오랜 시간 신으면서 길이 잘 들여진 구두였다. 가죽은 부드러워졌고, 발은 그 안에서 조금의 불편함도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나는 점점 그런 구두를 신지 않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발도 변하고, 몸도 변하고, 더 부드럽고 편한 신발을 찾게 되었다. 운동화나 캐주얼 구두가 더 익숙해졌다.


그 구두는 더 이상 나의 발 위에 있지 않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버리지 못했다.

이사를 할 때마다, 신발장을 정리할 때마다, 나는 그 구두를 손에 들고 잠시 망설였다. 이제는 신지 않는 구두. 앞으로도 신을 일이 없을지도 모르는 구두. 그러나 그것을 버린다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물건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 그 구두와 함께 걸어온 시간의 일부를 내려놓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그 구두를 다시 신발장 안에 넣어두었다.

그 구두는 지금도 그 자리에 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내가 만약 구두 수선공이라면, 나는 그런 구두를 이해할 것이다.

나는 찢어진 가죽을 꿰매고, 닳은 밑창을 덧대며, 그 구두가 다시 길 위에 설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수리가 아니라, 한 인간의 걸음을 다시 이어주는 일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원한다. 그러나 때로는 새로운 것보다,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구두 수선공은 낡은 것을 되살리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그 안에 남아 있는 시간을 지키는 사람이다.

구두는 그 사람을 대신해 길을 기억한다.


그리고 내가 만약 구두 수선공이라면,

나는 그 기억이 사라지지 않도록,

조용히 그 구두를 다시 길 위에 올려놓는 사람이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내가 만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