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이라면
내가 만약...
소방관이라면
― 불보다 먼저 들어가는 사람
겨울 새벽의 공기는 건조하고 차갑다. 아직 해가 오르기 전, 도시는 깊이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정적을 가르며 사이렌 소리가 멀리서부터 점점 가까워진다. 창문 하나가 잠깐 열리고, 누군가는 잠에서 덜 깬 얼굴로 바깥을 바라본다. 소방차는 멈추지 않고 어둠 속을 가르며 달려간다.
현장에 도착하면 소리는 다시 달라진다. 방금까지 울리던 사이렌 대신 짧고 분주한 지시가 오가고, 장비가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이어진다. 아직 불길이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공기 속에는 이미 연기의 냄새가 섞여 있다. 차가운 겨울 공기와 뜨거운 기운이 서로 부딪히는 그 짧은 시간 동안, 현장은 이상할 정도로 또렷한 정적을 갖는다.
그리고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린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다. 안에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신호는 그렇게 가장 먼저 도착한다.
그 장면을 떠올리면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내가 만약 그 차에서 내려 그쪽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이라면, 어떤 마음이 먼저 들까.
소방관은 불을 끄는 기술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지만, 그 직업의 중심에는 다른 선택이 놓여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위험을 느끼면 뒤로 물러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그 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두려움이 없어서가 아니라, 안에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때문에 멈출 수 없어서다.
화재 현장은 예측할 수 없는 공간이다. 시야는 흐려지고, 온도는 급격히 올라가며, 한 걸음 앞의 상황조차 확신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그 안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은 기술보다 먼저 선택의 문제다. 장비와 훈련은 그 선택을 지탱해 주는 조건일 뿐, 출발점이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는 상상해 본다.
내가 만약 그 자리에 서 있다면 무엇을 먼저 하게 될까 하고.
아마도 가장 먼저 주변을 한 번 더 살필 것이다. 이미 밖으로 나온 사람이 없는지, 혹시 뒤쪽에 남겨진 공간이 없는지, 문이 하나 더 있는지. 그리고 안쪽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기울일 것이다. 불길을 향해 바로 뛰어드는 것보다, 그 안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사람의 흔적을 확인하는 일이 더 중요해질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밖으로 나오기 위해 뛰어나올 때, 어떤 사람은 안으로 들어간다. 그 차이는 특별한 용기라기보다 멈출 수 없는 책임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 번 더 확인하지 않으면 마음이 남기 때문이다. 돌아섰을 때 혹시 누군가가 그 안에 남아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될까 봐, 다시 발걸음을 돌리는 선택이다.
소방관의 일은 늘 극적인 장면으로만 기억되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반복 속에서 이루어진다. 출동과 대기, 점검과 준비, 그리고 다시 출동. 그 사이의 대부분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이다. 그러나 바로 그 조용한 시간들이 있어야 위급한 순간에 한 걸음 더 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나는 영웅을 상상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고, 위험 앞에서 망설이는 마음 역시 자연스러운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하나 때문에 다시 한번 문을 열어 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이 도시를 지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명은 안전한 곳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위험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의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책임의 감각에서 조용히 유지된다.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누군가가 그 반대 방향으로 걸어 들어갔기 때문일 것이다.
겨울 새벽, 멀어져 가는 사이렌 소리를 들을 때면 나는 잠시 그 장면을 떠올린다.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있다면, 두려움이 없어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아직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한 걸음을 더 내딛게 될지 모른다고. 그 한 걸음이 누군가의 아침을 다시 시작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 선택만으로도 이 도시는 조금 더 안전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