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힘이 분수처럼 솟아오른다
“늘 그렇게 / 고요하고 든든한 / 푸른 힘으로 나를 지켜주십시오 // 기쁠 때나 슬플 때 / 나의 삶이 메마르고 / 참을성이 부족할 때 (---) ” < 산을 보며 / 이해인 >
빛고을(光州)에 사는 가장 큰 복을 꼽으라면 하루 종일 ‘푸른 힘’ 무등산을 바라보며 살 수 있다는 사실이다. 광안리 수도원에 사는 이해인 수녀는 “날마다 / 광안리에서 살면서 / 광안리 광안리 / 수십 년을 외우다 보니 // 넓고 편안한 / 이름 뜻 그대로 / 이제는 내 안에도 / 큰 바다가 펼쳐지네 // (----) ”라고 시 <광안리에서>에서 노래했다.
그런데, 수평선으로 둘러싸인 광안리에 사는 시인이 기쁠 때나 슬플 때 왜 바다 아닌 푸른 산을 찾았을까. 산은 천둥 번개, 엄동설한이 몰아치고 설령 지진이 대지를 흔들어도, 꿈쩍도 않고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깜깜한 한밤중 한 치 앞이 안 보여도, 빌딩 숲이 시야를 가려도, 또 장원봉, 군왕봉이 앞을 막아도 무등산은 수 천만년 한치 흔들림 없이 그 자리에 있다.
무등산을 사랑한 광주토박이가 있었다. 그는 어느 사무실에서든, 무등산이 보이는 자리로 책상을 옮겼다. 무등산을 닮아 산 큰 인물이셨다. 민주광장 분수대에서 무등산을 올려다보며 ‘무등등(無等等)!, 무등등(無等等)!’ 불러본다. 무등산은 두 팔을 벌려 우리 모두를 껴안는다. 푸른 힘이 분수처럼 솟아오른다.
“ 이름만 불러도 희망이 되고 / 바라만 보아도 위로가 되는 산 / 그 푸른 침묵 속에 / 기도로 열리는 오늘입니다 // 다시 사랑할 힘을 주십시오 < 산을 보며 / 이해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