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그냥 한자리에 뿌리박고 서 있는 게 아니다
“ 나무는 갈 길을 잃고 제자리에 박혀 / 울고 있다 생각한다면 / 그건 당신의 치명적 오류다. / 나무는 한 번도 제 갈 길을 놓아본 적이 없다. / 그 애절한 손가락들은 죽을 때까지 하늘을 열망한다. / (---) ” < 나무가 되어 산다 / 김인육 >
나무가 되었으면 하고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사람 만나는 일이 두렵고, 하는 일마다 어긋나며, 바삐 움직여야 하는 하루하루가 버거울 때 어떤 때는 한순간, 한자리에 못 박혀 사는 나무가 부러워진다. 물론 바로 다음 순간, 한 걸음 두 걸음 걸을 때마다 나무가 안 된 것이 얼마나 천운인가 하늘에 감사한다.
카프카 <<변신>>에서 가족의 생계를 짊어지고 일만 하던 그레고리는 어느날 갑자기 벌레로 변해버린다. 그는 사랑하던 가족들의 냉대를 받아 죽고, 쓰레기처럼 버려진다. 그가 벌레가 아니라 나무가 되었다면 어땠을까. 한 강 <<채식주의자>>에서 영혜는 먹는 것을 거부하며 나무가 되려고 한다. 정신병원에 갇힌 영혜는 ‘나무는 똑바로 서 있는 게 아니라, 모두 두 팔로 땅을 받치고 있다’면서 물구나무를 선다.
그러나 나무는 그냥 한자리에 뿌리박고 가만히 서 있는 게 아니다. 보이지 않는 땅속으로 수천수만 뿌리를 뻗어 끊임없이 물과 흙의 정기를 빨아들이고, 땅위 하늘로는 수십만 잎사귀를 햇빛 따라 펼치며 청량한 바람을 내뿜는다. 우리는 맨발로 흙을 밟으며 느티나무 아래를 걸으며 그 바람을 마신다.
“그대 떠나고, / 나는 나무가 되어 산다. / 하늘을 향해 / 수천수만의 가지 뻗어 올리며 / 억만의 잎사귀로 바람의 노래 부르며 / 나무가 되어 산다. (---) < 나무가 되어 산다 / 김인육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