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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계수나무가 된다

십여년간 그 앞을 지나면서도 이름도 몰랐다

by 현동 김종남

“계, 계수나무, 달나라 옥토끼가 좋아하는 계수나무일까 / 수, 수채화처럼 맑은 하트 잎사귀, 솜사탕 냄새가 난다 / 나, 나의 집 앞에 서서, 만날 때마다 ‘사랑해’ 하트 손을 흔든다”

< 계수나무 / 현동 김종남 >


예전에 중 1년생들을 멘토링하면서 ‘3행시 짓기’를 했다. 좋아하는 꿈나무를 하나씩 정해 그 나무에 관한 3행시 짓기다. 학생들이 시를 짓기 전, 집 앞에서 주워 온 계수나무 잎사귀를 하나씩 나누어 주며 내 3행 시를 들려주었다. 아이들은 잎사귀를 손바닥에 부비며 솜사탕 냄새를 맡았다. 나의 꿈나무는 우리 아파트 입구에 서있는 ‘계수나무’이다.


‘로즈마리’를 꿈나무로 정한 수범이는 글자 수에 맞춰 4행시를 썼다. “로, 로즈마리 나의 로망은 / 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어 / 마, 마이프렌즈 로즈마리, 사랑해 / 리, 리자로 끝나는 말은 미나리, 개나리, 로즈마리.” 2행 첫 자 ‘즈’를 ‘자’로 바꾼 것도, 4행 ‘리’자도 정말 멋지게 살아났다.

집 앞 계수나무가 나와 만나게 된 것은 25년 전, 이 아파트에 이사온 날부터다. 그러나 10년이 지나도록 매일 그 앞을 오가면서도 그런 나무가 있는지조차 몰랐다. 15년 전 우연히 땅에 떨어진 하트 잎사귀 향기를 맡으면서 이름을 알게 되고, 나의 꿈나무가 되었다. 이젠 만날 때마다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가 나를 멈춘다. 가슴 깊이 그 바람을 들이마신다.


“계, 계절이 수십 번 바뀌어도 변함없이 그 자리 / 수, 수천수만 하트 잎사귀 흔들며 날 멈춘다 / 나, 나도 잠깐, 계수나무가 된다. < 계수나무 2 / 현동 김종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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