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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바로 여기에 있다

흙길을 맨발로 걸으며 명상시를 외워보았는가

by 현동 김종남

“행복은 여기에 그리고 지금 있습니다

나는 걱정거리를 떨쳐버렸습니다

더 이상 서둘러서 갈 곳도 없으며,

할 일도 없습니다 (---) ”

< 행복은 여기에 그리고 지금 있습니다 / 틱 낫 한 >

걷기명상의 성자, 틱낫한 스님(1926~2022)은 지치고 외롭고 불안한 사람들에게 시를 되풀이 외우며 걷기명상을 하라고 권한다. 걸을 때만도 아니다. ‘운전할 때, 밥 먹을 때, 청소할 때, 숨 쉴 때마다 시를 기도문처럼 반복하라’라고 말한다. 명상시도 직접 지었다. 혹시, 흙길을 맨발로 걸으며 명상시를 외워 보았는가. 최고의 행복이 바로 거기에 있다.

좋은 시는 주인이 참 많다. 쓴 시인은 물론이고, 줄줄 외우며 마음을 어루만지는 시 암송가, 낭랑한 목소리로 시를 되살리는 시 낭송가, 그저 좋아서 필사하고 가슴에 담는 시 애호가까지. 그중엔 좋아하는 대목만 외워 인용하는 ‘반쪽짜리’ 애호가도 많다. 시의 참주인은 누구인가.


집은 지은 사람보다 그 집에 사는 사람이 진짜 주인이다. 길도 만든 사람보다 그 길을 걷는 사람이 참주인이다. 우리는 어느 만큼 시의 참주인인가. 하얀 쌀밥을 눈부시게 피워올린 이팝나무 꽃길을 걸으며 틱낫한 스님의 명상시를 외운다. “(---) 행복은 여기에 그리고 지금 있습니다 / 나는 걱정거리를 떨쳐버렸습니다 / 서두르지 않고 가야 할 곳이 있으며, / 할 일이 있습니다 < 행복은 여기에 그리고 지금 있습니다 / 틱 낫 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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