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은 찾는 사람 눈에만 보인다
“친구야, 하늘 좀 봐 / 꿈을 가지라는 말은 아니지? / 그냥 올려다봐 기분이 좋아져 꿈꾸는 기분이야 / 미세먼지를 뚫고 달이 빛나고 있었다 (---) ” < 달 봐 / 오 은 >
빌딩과 빌딩 사이 아스팔트 길만 오가다, 하늘이 있는 걸 자주 잊게 된다. 하루 종일 하늘을 쳐다보지 못했던 그런 날도 있었다. 사람이 우주라면, 몸은 땅이고 마음은 하늘이다. 땅이 오래 하늘을 만나지 않으면, 마음이 병에 걸린다. 하늘에서 누굴 만나나? 창공, 구름과 달이다. 태양은 너무 눈이 부셔 볼 수도 없다.
아파트 안 흙길을 걷는데, 사과나무 같은 나무에서 흰 꽃송이들이 높지막하게 빛을 내고 있다. 밤에도 빛이 난다는 야광(夜光)나무 하얀 꽃이다. 하얀 꽃잎 사이로 낮달이 하얗게 떠 있다. 낮달은 찾는 사람 눈에만 보인다. 그러나 밤이 되면, 하늘의 주인이다. 아니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의 반쪽 어딘가에서는 골목의 어둠을 밝히며 떠 있을거야.
그렇다. 개똥벌레처럼 스스로 빛을 낼 수 없다면, 남의 빛을 거울처럼 받아서라도 골목을 밝혀야 하지 않을까.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에 큰 거울 같은 낮달이 하얗게 빛나고 있다.
“(---) 친구가 불쑥 말했다 / 우리도 저런 사람이 되자 // 달 봐 / 잘 봐 / 내일도 달이 뜨겠지만 /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보는 달은 유일해 (---) < 달 봐 / 오 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