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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동 김종남 Oct 19. 2022

요즘 무슨 책 읽고 있나요?

책얘기는 재미있는 대화를 이끌기 위한 좋은 얘깃거리다

요즘 책은 제목부터 재미있다. 

<너는 이미 기적이다>, <지금 이순간이 나의 집입니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나는 나대로 살기로 했다>, <내가 모르는 게 참 많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70세 사망법안 가결, 70세 되면 죽어야한다 >.

제목 한 문장으로 주제, 의미, 삶의 지침까지 다 전달한다. 




“요즘 어찌 지내십니까?” 오랜만에 만난 친지가 인사를 건넨다. “열심히 걷고, 일주일에 한두 번 인문학 강의도 듣고 지내지요.” 답했다. 덕분에 어딜 걷는지, 무슨 강의가 재미있었는지 얘깃거리가 생겼다. 말머리는 자연스럽게 ‘어찌 지내는지’ 근황으로  이어졌다. 


근황을 알고 있으면 말문 열기가 쉽다. 최근 큰 병을 겪은 후배 한 사람은 서각에 취미를 붙였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마침 기억이 나서 ‘요즘 얼마큼 배웠느냐?’고 물었다. 후배는 핸드폰에 찍어놓은 최근 작품(?) 사진을 내보이며 하나하나 열심히 설명해준다. 고무판 서각에서 이제 한 단계 진보하여 나무판 서각을 해보니 훨씬 손맛이 좋다고 한다. 취미 이야기는 공감을 얻기 쉬운 소재다. 


책 읽기 회원을 만나면 말문 열기가 쉽다. ‘요즘 무슨 책 읽고 있느냐?’ 물어도 별스럽지 않다. 한 번은 젊은 후배에게 요즘 무슨 책 읽느냐고 물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는다고 했다. 히가시고 게이고가 쓴 소설인데, 한국에서 1백만 부나 팔렸단다. ‘제 앞가림도 못하는 좀도둑 3인조’가 편지 고민 상담을 해주게 되며 빚어지는 에피소드다. “타인의 고민 따위에는 무관심하고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일이라고는 단 한 번도 없었던 그들이 과거에서 날아온 편지를 받았을 때 어떻게 행동할까?” 저자가 쓴 책 소개다. 


“일본소설이 한국에서 꾸준히 많이 팔리는 이유를 참 알 수가 없다.” 소설가 김종광이 <한국소설에도 희망을>이라는 칼럼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그는 ‘한국소설은 주제와 의미, 대의와 사상을 중요시하는데 일본 소설은 극도의 개인주의에 자유분방하다.’고 평했다. ‘왜 일본소설이 인기인가?’ 송현주씨(인터파크 도서 소설MD)는 ‘소소한 감정을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무겁고 진지한 소재라도 극복과정을 섬세하게 풀어내 위로와 공감을 얻어내는 힘이 높다,‘고 말한다. 


공감을 많이 얻어내려면 재미있어야 한다. 무슨 책이 재미있는 얘깃거리가 될까?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라는 책도 있다. “‘무슨 책 읽으세요’라는 말이 안부 인사가 되는 세상을 꿈꾸는 책 예찬론자” 전병근씨(북클럽 오리진 대표)가 39명의 인터뷰를 엮어 2018년 2월10일 출간한 책이다. 인터뷰이가 다음 인터뷰 대상자를 지목하는 추천 릴레이 방식 인터뷰다. 첫 번째 릴레이 주자가 소설가 김연수다. 그가 읽은 책 보다 그가 쓴 책을 찾아 읽어보았다.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 2009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던 작품이다. 협심증과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주인공은 ‘코끼리가 심장을 누르는 잠 못 이루는 밤’에서 헤어나기 위해 산책을 시작한다. 가족과 생각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고, 만나면 잡아끌고 길을 걸으며 주저리주저리 얘기를 나눈다. 나도 40대 때 불면증에 걸렸던 적이 있다. 약 도움으로 잠을 어렵게 이었던 기억이 겹쳐 ‘심장을 누르는 코끼리’ 얘기가 내얘기처럼 실감이 난다. 


작가 김연수는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에서 회고한다.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데미안>과 <파우스트>와 <설국>을 읽었고 절에서 밤새 1,080배를 했으며 매일 해 질 무렵이면 열 바퀴씩 운동장을 돌았다.” 역시 감동을 주는 이야기는 그냥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구나! 해 질녘 집 앞 운동장을 돈다,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나에게 먼저 물어본다.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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