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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동 김종남 Oct 29. 2022

돈벌어 귀신도 부리고 싶은가요?

이제 모든 것을 돈으로 얘기하는 수준에 이른 것일까

돈에 대한 마인드는 나라마다 다르고 시대마다 변한다. 세대 간에도 서로 다르다. 

그러나 뿌리를 캐다보면 모든 마인드는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에서 시작된다.

2000년대 초반 ‘부자 되세요’라는 말이 대단한 유행어가 된 적이 있다. CM송에서 시작된 말이지만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오래된 덕담보다 더 자주 쓰이고 헤어질 때 인사말이 될 정도였었다. 

요즘 그런 덕담은 아예 사라졌다.

‘부자 되세요’라는 덕담 정도로 부자가 될 수 없는 각박한 현실 때문일까. 




전화를 자주 걸어오는 소설가 친구가 있다. 한 번 통하면 10~20분씩 길게 끈다. 세상 얘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다. 소설책도 몇 권 냈지만 이름이 나진 못했다. 한 번은 ‘벤처로 벼락부자가 된 후배에게 초대받아 호화저택에서 한턱 잘 대접받았다.’라는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았다. 그러다 “졸부의 과시욕은 그러려니 하고 보아 넘겼지만 무슨 말끝에 ‘세금 많이 내는 사람은 투표권도 더 받아야 하지 않느냐?’라고 하는 데는 참기 힘들었다.”라고 고백한다. 


 ‘졸부를 비난하는 사람은 사실 졸부처럼 돈을 많이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속설이 맞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돈으로 민주주의 근본도 바꿀 수 있다는 식이니 충격을 받을만하다.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린다’라는 우리나라 속담을 현실에서 보여주고 싶었을까. ‘그냥, 다음부터 만나주지 않으면 될 게 아니냐!’고 응답했더니 그러기에는 무언가 미진한 듯 뒷말이 시원치 않다. 


 ‘돈은 최고의 노예이자 최악의 주인이다. (프랜시스 베이컨)’는 명언처럼, 돈은 사람을 황제로 만들기도 하지만 어느 때는 노예로 만들기도 한다. 직업학 박사 육동인은 3년 전 어느 신문 칼럼에서 유대인이 노벨상, 그중에서도 경제학상을 많이 받은 이유로 ‘유대인의 돈에 대한 긍정적 마인드’를 들어 설명한다. “유대인은 ‘돈이 목숨을 구한다’, '모든 것은 돈으로 얘기한다 (money talks)'라는 속담이 통용되는 마인드(사고방식, 견해)를 가지고 있어서 경제에 밝다.”는 설명이다.  


 돈에 대한 마인드라면 중국인을 뺄 수 없다. 중국인은 숫자까지 돈과 관련짓는다. 한비야는 <중국견문록 (2006년 발간)>에서 ‘아파트 호수가 518호라 대만족’인 할머니 얘기를 전하며 “중국인의 혈관에는 돈이 흐른다고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중국 발음이 5는 ‘워(我)’, 1은 ‘야오(要; 곧 ~이 될 것이다)’, 8은 ‘파차이(發財; 재물이 생기다)’라는 발음과 같아 518은 ’ 나는 곧 부자가 될 것이다.‘라는 말이 된다.”


'5.18 성지'인 광주는 중국인 마인드로 보자면 곧 부자가 될 행운의 도시이다. 돈에 대한 극성 마인드 덕분인지 중국인은 짧은 시간에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뤄 미국과 힘을 겨루는 G2가 되었다. 돈에 대한 한국인 마인드는 무얼까. 속담으로 보면 한국인은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 ‘모든 것을 돈으로 말하는’ 유대인보다 훨씬 세다. 그 덕분인지 한국인은 유대인도 놀랄 만큼 엄청나게 빨리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며칠 전 이건희 기증작품 특별전을 보기 위해 광주 국립박물관에 갔었다. 개관 시간까지 30 여분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 단체로 학생들이 몰려왔다. 혼자 벤치에 앉아있는 사람이 궁금해서인지 한 학생이 다가와 “할아버지는 누구세요?”라고 묻는다. 갑작스러운 물음에 얼떨결에 ‘작가’라고 대답했다. ‘초등학교 5년생’이라고 자신을 밝힌 한 학생은 내 이름을 물어 바로 검색하더니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이 사람이 맞느냐’고 물었다.

 

 다행히 검색창에 내 사진과 함께 발간한 책도 떠 있다. 다른 학생이 바로 이어 “책 한 권 팔면 얼마나 버세요?”라고 묻는다. 감작스런 질문에 멈칫하자 옆에 있던 그 아이의 친구가 민망한듯 “이 애는 너무 돈을 밝혀요”라고 변명해준다. ‘돈을 밝히는 것은 경제관념이 강하다는 뜻도 되니 꼭 나쁜 것은 아니다’라며 답해주었다. 돈에 대한 한국인 마인드도 이제 '모든 것을 돈으로 얘기하는' 수준에 이른 것일까?.     2022.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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