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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동 김종남 Oct 05. 2022

혼자서 부르는 노래 있나요?

           외롭지 않더라도 노래를 부를 때 우리는 행복하다

 “저녁 때 /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

 힘들 때 /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

 외로울 때 /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 ” 

                  <행복 / 나태주>


 당신은 혼자서 부르는 노래가 있는가? 힘들고 외로울 때만일까,

 돌아갈 집이 있고 생각할 사람이 있고, 외롭지 않더라도 노래는 필요하다.

 노래를 부를 때 우리는 행복하다. 여럿이 함께 부르면 함께 행복해진다.




  노래 ‘박연폭포’는 충격이었다. 50년이 훨씬 지난 옛날 일이지만 지금까지 생생하다. 대학 입학 야유회 때다. 선배 한 분이 일어서더니 “박연~~” 첫음절부터 힘찬 테너 고음이 하늘을 뚫었다. 그 소리가 마치 폭포수처럼 막힌 가슴을 훑어 내렸다. 창(唱)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느린 서도민요를 빠르게 편곡한 가곡이다. 가사가 짧아 외우기도 쉬웠다. 그날부터 박연폭포를 애창했다.


 여럿 앞에 노래를 불러야 할 때마다 박연폭포를 불렀다. 공감해주는 사람이 거의 없어 혼자 부르고 혼자 즐기는 노래였다. 10여 년이 지나 노래방 시대가 열렸다. 가사가 너무 길어 엄두도 못 냈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부를 수 있게 되었다. ‘킬리만자로’의 랩은 판소리에 나오는 아니리처럼 멋있다.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 이고 싶다.---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호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나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야--”.  


 다음 충격은 ‘이미자 노래’였다. 30여 년 전 미국 연수 갔을 때, 미주리대평원을 달리는 차 안에서, 운전자가 이미자 노래카세트를 틀었다. 지평선이 수평선처럼 둥글게 둘러싼 원 한가운데를 달리며 듣는 ‘동백 아가씨’, 차를 탔던 4명 모두 가슴이 절절해졌다. 한국서 뽕짝이라며 별로 즐겨듣지 않았던 트로트가 먼 이국에서 이렇게 가슴을 울릴 수 있다니! ‘고향을 멀리 떠나야 고향이 보인다’는 옛말을 실감한다.


 3년 전 갑자기 한국을 강타한 트로트 열풍은 신비로운 충격이다. 정신없이 바쁘고 빠르게 변화하는데 익숙한 21세기 젊은이들이 느리고 애절한 꺾기의 트로트 운율에 갑자기 열광하다니! 트로트가 뉴트로(새로운 복고)바람을 탄 이유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트로트 열풍 선두주자 송가인은 광주예술고에서 국악을 배운 진도 출신 소리꾼이다. 트로트가 변신했더라도 그 뿌리는 국악이었다.


 전통국악은 엄청난 내공을 거쳐서 밖으로 나오는 음악이다. 판소리는 폭포 소리를 뛰어넘는 득음(得音)의 경지에 올라야 무대에 설 수 있는 장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려 꽃 좋고 열매 많노니’ 용비어천가 한 구절이 생각난다. 


 이제, 한국엔 국악 열풍이 불고 있다. 전통국악을 뛰어넘은 퓨전 국악(크로스오버) 열풍이다. 뿌리가 깊은 국악이 뿜어내는 열풍은 트로트 열풍보다 훨씬 강하고 더 오래가지 않을까. 지난해 한국관광공사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을 알리기 위해 찍은 퓨전국악 뮤직비디오, ‘범 내려온다’가 외국에서 억대 뷰를 기록했단다. ‘밴드 이날치’는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인 ‘범 내려온다’를 멋들어진 춤을 추며 현대식으로 재해석했다.


 ‘없는 노래’는 가장 최근 겪은 충격이다. 길을 걷다 어느 음식점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발이 멈춰졌다. 유튜브에서 찾아보니, 천재 음악가 정재일 피아노 연주에 진도 출신 판소리꾼 한승석(중앙대 전통예술학부 교수)소리로 2014년에 발표한 퓨전 국악, ‘없는 노래’다. 극작가 배삼식씨가 바리공주 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23줄이나 되는 긴 노랫말이 ‘고요하면서도 격정적인 운율’로 7분 16초나 이어진다.


 “길 위에 한 아이 노래 부르며 가네 / 풀잎 같은 노래는 바람에 흩날리는데 / 반쯤 감은 두 눈에 불러도 대답 없이 / 모르는 노래 하나 부르며 혼자 가네// -----/ 이 세상 어디에나 가득한 설움 /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그 노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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