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동 김종남 Mar 06. 2024

마음고통은 어떻게 나눌 수 있나?

마음고통은 나누면 위로가 된다

생로병사(生老病死), 세상살이에는 고통이 많다.

"인생은 고통이다". 1925년 70세 때 노벨 문학상을 받았던 풍자와 해학의 대가, 버나드 쇼(1856~1950)의 말이다. 그는 아예 인생을 고통으로 보았다.

고통은 몸이 아프고 괴로운 고통만 있는 게 아니다. 마음이 괴로운 고통도 있다.

 버나드 쇼는 젊은 시절 긴 고통의 세월을 보냈다.



잇몸 치료하러 치과에 갔다. 시간예약을 했는데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막상 치과 의자에 앉아서도 옆자리 '지이잉' 이 깎는 소리를 들으며 기다린다. 의사는 나보다 먼저 온 7~8살 쯤 되는 어린이를 치료중이다. "조금만 참아--, 한 번 만--, 이제 끝이다--." 간호사에 엄마까지 달라붙어 달래느라 고생이다. 몸이 겪는 고통은 남이 대신 해줄 수 없다. 피를 나눈, 가장 가까운 엄마라도 아이대신 아파줄 수 없다.


'술꾼 아버지, 파산한 집안, 초교만 나온 학력, 계속 실패하는 소설쓰기---.' 많은 사람들은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는 너무 아깝다."는 명언이 버나드 쇼 젊은 시절 고통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쉽다. "가장 유익한 책 - 예금통장"이라는 유머에 웃기는 쉬어도 그 유머 뒤에 깔린 고통은 못 듣고 지나친다. 세상 살면서 고통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다. "두 사람 사이의 유일한 차이는 그 사람이 겪고 있는 괴로움의 정도 차이에 불과하다.(버나드 쇼)"


몇 년 전 안과에 갔던 기억이 난다, 넘어지면서 오른쪽 각막을 살짝 다쳤다. 의사는 '하루 이틀이면 나을 수 있다'며 반창고로 눈을 봉하고 주사를 놓았다. 다음날, 그 다음날도 주사 맞고 약을 먹었다. 눈알이 쓰리는 몸 고통은 차치하고 마음고통이 심했다. 혹시 눈이 잘못될까 하는 걱정이었다. 하루 이틀이라더니 사흘 만에 안대를 떼었다. 오른쪽 눈에 안개가 낀 듯 물체가 약간 흐릿했다. 먼 곳 간판글씨도 잘 보이지 않는다. 겁이 덜컥 났다. 이러다가 한쪽 눈이 영 흐릿해지지 않을까, '제발, 예전처럼만 보이도록 해주세요!' 평소 하지 않던 기도까지 했다.


그런데, 젊은 의사는 너무 쉽게 말했다. "내일쯤 잘 보일 거예요". 신기하게 다음날, 언제 그랬느냐는 듯 눈에서 안개가 사라졌다. 새 세상이 열린 듯 기뻤다. 작은(?) 고통 뒤에 온 큰 기쁨이었다. 사실 봉우리가 있어야 골짜기가 있고 봉우리가 높아야 골짜기가 깊어지듯, 고통이 없으면 그 반대 감정인 기쁨도 쾌락도 느낄 수 없고 고통이 깊어야 기쁨도 커진다.


그러나 우리에겐 공감능력이 있다. 내가 직접 고통을 겪고 않고서도 남의 고통을 느끼는 능력이다. 몸 고통은 남과 나눌 수 없지만 마음 고통은 남과 나눌 수 있다. 남의 마음고통을 같이 슬퍼하고 같이 괴로워한다. 덩달아 나도 위로받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슬픈 일에는 연민의 정을 느낀다. 꼭 주변에서 일어난 실제 스토리가 아니어도 우리 공감능력은 작동한다.


<언어의 힘>이란 드라마가 있다. "나는 장님입니다. 도와주세요."라는 팻말을 놓고 구걸하는 걸인이 나온다. 누군가 그 팻말의 글을 바꾼다. "아름다운 날입니다. 그리고 나는 그걸 볼 수 없습니다. " '도와 달라'는 옛 문구를 보고 그냥 지나쳤던 행인들이 '아름다운 날'이라 고친 문구 앞에서는 멈추고 동전을 던진다. 무엇이 사람마음을 움직이게 했는가? 옛 문구는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고친' 문구는 '장님이 보지 못하는 아름다운 하늘을 지금 나는 보고 있고 또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준다. 그의 불행이 나의 행복을 깨닫게 한다. 우리 공감능력은 어느 정도인가.


마취를 하고 하는 잇몸치료는 생각보다 고통스럽지 않았다. 치료를 끝낸 치과의사 선생은 "이제 칫솔질 잘하시고 1년 후에 오세요."라고 말했다. 병원 밖 가을하늘은 짙고 푸르다. 아름다운 하늘이다.   

     2018.10,23.

작가의 이전글 나이 드니 좋은 일 많아지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