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1000억이 넘는 이유
"어제 제가 누워있던 침대가 팔렸어요. 그것도 3억에 말이죠. 정리가 하나도 안 된 침대였어요. 스타킹, 술병 등을 지저분하게 어질러놨는데 말이에요. 근데도 심지어 영국 최고의 미술상 후보에도 올랐어요.
위 작품은 영국 작가, 트레이시 에민의 '나의 침대(My bed)'이다. 실제로 이 작품은 3억(15만 파운드)에 팔렸다. 물론 많은 논란이 있었다. 1999년 당시 언론은 예술 작품이 아닌, '3억짜리 침대'라며 조롱했다. 그러나 1년도 채 되지 않아, 영국 최고의 미술상, '터너 프라이즈'의 후보로 오르며 언론을 압살했다.
이보다 더한 작품이 있다. 준비물은 단 두 개, 캔버스와 커터칼만 있으면 된다. 그냥 캔버스를 찍-그으면 끝난다. 3초면 만들 것 같은데, 무려 100억에 낙찰되었다. 이탈리아 예술가 '루치오 폰타나(1899-1968)의 Cut 시리즈다.
현대 미술은 난해하기 짝이 없다. 도대체 작품 한 개가 왜 이렇게 비쌀까? 아니, 일단 작품이라고 할 수는 있을까?
책 <그림값 미술사>은 그림값 가격의 비밀을 낱낱이 폭로했다. 나라도 당장에라도 만들 작품이 말도 안 되는 가격인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작가는 그동안 정체불명이었던 작품의 가격을 분석적인 시각으로 풍부한 사례를 들며 알려준다.
작품값이 이토록 비싼 데는 미술사적 가치, 개성, 컬렉터의 취향 등 여러 이유가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스타성'에 달려있다. 개별 작품의 예술 사조를 운운하기 전에, 작가가 스타라는 말 한마디면 끝난다. 단지 스타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림 1개에 1000억은 우습게 넘어간다.
현대 미술 시장에서는 좋은 그림이
반드시 비싸게 팔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비싸게 팔리는 작품이
미술사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 책 <그림값 미술사>
솔직히 정말 아이러니하다. 예술의 역사적 가치로 가격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 가격이 곧 가치가 된다니. 예술가를 동경하는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세속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모든 산업은 스타가 있어야 존재한다. 스타 없는 산업은 없다. 인간은 항상 누군가를 동경하고, 새로운 세상을 갈망한다. 미술 산업에서 스타는 바로 화가다. 르네상스에는 화가는 '작은 신'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면 어떻게 스타가 될 수 있을까? <그림값 미술사>에서 미술 산업에서 스타는 탄생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거라 한다. 예술가, 화상, 미술관, 컬렉터 4가지가 손발이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스타는 탄생한다.
화상은 예술가와 컬렉터 사이에서 그림을 사고팔며 이윤을 얻는 중개인이다. 그러기에 화상의 안목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새로운 흐름을 주도할만한 스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예술가의 입장에선 화상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
결국, 인맥인가 싶어 맥이 빠진다. 하지만 돈도 빽도 없는 우리에겐 믿을 구석이 있다. 바로 글로벌 네트워크, SNS다. 이제는 인스타 계정 하나만 잘 키워도 스타가 되는 세상이다. 팔로워만 많다면 여기저기서 콜라보 제의가 끊임없이 들어온다.
현대의 미술 산업에서 스타가 되는 일은 매력적인 관종이 되는 싸움이다. 솔직히 작품에 말은 얼마든지 갖다 붙일 수 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이끌리는 힘은 따로 있고,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그 힘이 무엇인지 밝히는 건 예술가 개인의 몫이다.
결론적으로, 몸값을 높이려면 말 잘하는 '어그로 천재'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