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덴 놈 부지깽이 보고 놀란 걸까?

I did both

by 노용우


"I did both"

필립 김(은 본명, 필 위자드는 닉네임)이 한 손엔 금메달, 다른 손엔 빵을 들고 그의 SNS에서 활짝 웃으며 한 말이다. 파리 올림픽 브레이킹 시상식 직후다.


Both?

금메달에 버금가는 또 하나는 무얼까?

설마...?

다른 손에 들고 있는 빵 쪼가리?

그가 대답했다.


네, 빵 맞습니다.

빵과 금메달, 둘 다 해냈습니다.


이게 도대체 뭔 말씀이신가?

세계 최초 올림픽 브레이킹 금메달리스트에게 그깟 빵 쪼가리가 무엇이었기에...


파리 올림픽 브래이킹 시합을 앞두고 빵을 입에 달고 사는 필립 김에게 캐나다 선수단은 보다 못해 '단 것 좀 그만 먹으라' 고 호통을 친다. 국가대표선수가 선수단의 지시에 반항했을 리는 없다. 그래서 안 먹었을까? 아니다. 눈찌껏 실컷 먹은 것이 분명하다. 'I did both' 라고 이실직고하지 않는가. 먹지 말라는 빵을 그동안 슬금슬금 먹어온 걸 금메달을 딴 후 굳이 털어놓는 이유가 뭘까?


평소에도 장난을 자주 치는 성격인데다 어릴 때부터 좋아한 빵을 금메달 소식과 함께 그의 팬들에게 개인 SNS에 재밌게 소개한 것이리라 생각 (하기로) 했다. 작년 파리 올림픽 폐막 직후의 일이다.


그러나

I did both, SNS 영상이 생각처럼 재밌기만 한 영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섬찟한 상황을 보게된다.


그가 부천에 왔다.

제10회 부천국제브레이킹대회에 필립 김이 선수로 참가했기 때문이다.


그의 팔뚝에 문신이 보인다.

파리 경기장에서나 I did both, SNS영상에서는 안보였던 문신이다. (SNS 영상이나 TV뉴스로는 안 보였을 수도 있다.)그깟 문신이 뭔 뉴스거리라도 된다는 건가? 그렇다. 그깟 문신에 어째 불길한 예감이 든다.


빵이다.


팔뚝에 새긴 문신이 하필 '빵' 이기 때문이다. 석연치 않은 I did both 의 '빵'기억이 생생한데 또 '빵' 이다. 그것도, 문신이라 하기엔 너무 빈약하고 거칠어 팔에 장난을 친 듯하다. 본인이 빵이라 하니 빵인줄 알지 무슨 곤충처럼 보인다. 요즘 흔히 볼 수있는 독특한 디자인에 화려한 모양의 그런 멋진 문신이 아니다. 본인이 오른 손으로 왼팔에 새긴 듯 너무 허접스럽다. 저것이 세계적인 브레이커, 올림픽 최초 B-보이 금메달리스트인 유명 인사의 문신이라고? 멋으로 한 문신은 절대 아니다. 문신이 아니라 팔에 자해한 흉터 자국으로 보일 정도다.


저런 문신을 본 적이 있다.

요즘에는 볼 수 없는 문신이지만 어렸을 적 동네에서 좀 논다는 형들이 건들거리며 자랑삼아 보여주던 싼티 나는 문신, 주로 사랑, 의리, 성공 등, 글자를 새기거나 하트 모양의 문신들이었다. 그 당시 어린 내 눈에도 유치해 보였던 딱 그런 느낌의 문신을 그가 하고 나타난거다. 그가 건들거리는 동네 양아치라면 모르겠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다. 고난도 힙합 댄스에 흥까지 실어낼 줄 아는 예술가이다. 그런 그가 그의 팔에 장난질을 할 정도로 철부지일까? 그 문신이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모를 정도로 아둔한 사람일까? 실제 만나 본 그는 어려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영민한 청년이었다. 맑은 눈이 번쩍하며 위엄까지 느껴지는 진중한 청년이었다. 그의 거친 빵문신이 비장해 보이는 이유다.


한 한국계 캐나다 청년이 올림픽 국가대표가 되었다. 심리학 전공으로 대학을 입학은 했지만 1년 만에 그만 둔다. 10살에 시작한 브레이킹이 너무 좋았던 청년이다. 길거리에서 시작했다. 코치도 스승도 없었다. 혼자 익힌 춤이었다. 늘 혼자였다. 대학을 그만두고 길거리에서 춤을 추는 막내 아들을 가족들은 걱정했다. 가족들도 그가 추는 춤을 이번에사 파리에서 처음 보았다. 개인 자격으로 자유롭게 참가하던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며 올림픽 국가대표팀에 합류된다. 그의 나이 22살 때이다.


올림픽 첫 정식 종목, 처음 꾸려진 브레이킹 국가대표 선수단, 다른 종목과는 달리 코치는 물론 선배도 없는 어수선한 종목이었으리라. 단체 생활과 규율은 거부감이 있었을거고 불필요한 간섭 정도로 여겼을 수도 있다. 당연히 불협화음도 많았을 거다. 어디 그깟 빵이 문제 였을까? 빵은 많은 불협화음 중 하나 일 뿐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4년의 세월이 흘러갔고 청년은 세계를 제패했다.


불에 덴 놈 부지깽이 보고도 놀란다고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한국 금메달 리스트의 파리 올림픽 현지의 폭탄 기자회견, 그 즈음에 청년은 SNS에 'I did both' 영상을 띄우고 있었다. 놀랄 수 밖에...(캐나다 일에? 뭔 오지랖...) 그런데다 이번엔 '빵' 문신이다.


2년 후 2028년 L.A올림픽엔 브레이킹 종목은 없다. 언제 다시 올림픽 종목으로 다시 선정될지 모른다. 적어도 2032년까지는 최초의 브레이킹 금메달리스트, 단 한 사람, 필립 김이 있을 뿐이다. 세계 모든 B보이들의 유명인사이자 브레이킹의 역사이다.청년의 어깨는 무겁고 행동은 조심스러우리라.


I did both의 빵 영상,

팔에 새긴 빵 쪼가리 문신,

나는 그것이 무척 수상하다.

한국계 캐나다 청년의 말 못할 답답함이었을까?

아니면 장난기 많은 청년이 별 생각없이 한 단순한 재밋거리였을까?


청년은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