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아미타불

by 노용우

이가 흔들렸다.

아몬드가 문제였다. 충치 정중앙 구멍에 아몬드 조각이 박혔다. 박힌 아몬드 조각은 돌 깨는 정 구실을 했을 테고 야무지게 내려 씹던 충치 어금니는 정을 내려치는 망치가 되어 문제의 치아를 목구멍 방향과 입술 방향으로 쫙 갈라놓았다. 송곳니 바로 옆, 오른 쪽 첫째 어금니(웃을 때 보이는 어금니) 목구멍 방향 반절이 흔들렸다. 손가락으로 작정하고 힘주면 뽑힐 정도로 덜그럭거렸다. 뿌리만 아슬아슬하게 붙어서 흔들거렸다.


치과에 갔다.

병원에서 보여준 사진으로는 벌어진 틈이 영락없는 충청도 화양구곡이었다. 당연히 흔들리는 반절만 뽑힐 거라 생각했지만 의사의 진단은 흔들리지 않는 입술 쪽 반절도 더 이상 쓸모가 없다며 '몽땅 뽑아라'였다. 느닷없이 '영구 읍다'의 이빨 빠진 우스꽝스러운 영구 얼굴이 떠올랐다. '안돼! 절대 안 돼!' 임플란트는 상당기간 기다려야 가능하니 우선 임시 틀니를 하란다.


흥! 어림없어, 아몬드 씹다 틀니 하라고?'


매주 토요일마다 20여 일 동안 4곳의 병원을 순례했다. 대답은 한결같이 '몽땅 뽑아라'였다. 통증은 점점 심해졌다. 더 이상 병원 순례는 부질없는 희망일 뿐이라 여기고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치과를 찾아갔다.


악!

그러면 그렇지,

멀쩡한 입술 쪽 반절은 왜 뽑으라 난리야?


흔들리는 목구멍 쪽 반절만 뽑혔다. 결국 원하는 대로 고유 치아, 입술 쪽 반절은 살아 붙어있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울 일이냐 이게?). 충치 먹은 반절만 뽑혔으니 충치 치료까지 한 셈이다. 틀니의 공포에서 해방되어 뛸 듯이 기뻤다. 마취가 덜 풀려 침이 질질 흘러내려 고맙다는 인사 대신 허리를 깊이, 아주 깊이 공손히 굽혀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몽땅 뽑는 게 맞습니다'

의사는 몽땅 뽑으라던 다른 4곳 의사들의 진단이 틀린 게 아니라며 '두 발이 아니고 한 발로 서 있으면 살짝 밀어도 넘어집니다' 문제의 치아는 한 발로 서 있으니 조심하란다. ' 모든 음식은 좌향좌! 그쪽으로는 절대 씹지 않을 겁니다.' 혼잣말이다.


2주 후,

나머지 입술 쪽 반 절도 뽑혔다.

틀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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