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복치 : 몸길이 약 2~4m, 몸무게 평균 1,000kg인 거대한 물고기이다. 최대 2,000kg까지 나가는 경우도 있다. 몸은 타원형이고 옆으로 납작하며, 몸통을 좌우에서 눌러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에서 뒤쪽을 잘라낸 형태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개복치 [common mola, ocean sunfish]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10년 전쯤 일본에서 제작된 "살아남아라 개복치"라는 이름의 핸드폰 게임이 밈처럼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게임을 실제로 해보지 않았기에 게임의 시스템은 정확히 모르지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개복치가 쉴 새 없이 죽어버려서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이끌어 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어느 시점부터 개복치는 연약하고 예민한 물고기의 대명사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근데 갑자기 왜 뜬금없이 개복치 얘기냐 한다면, 바로 개복치 급의 예민함을 가진 하나밖에 없는 사랑스러운 나의 아들 때문이다.
사랑스러운 나의 아들은 2021년 7월에 태어났다. 글을 쓰는 현시점에 30개월을 꽉 채우셨다. 아들은 아빠인 내가 봐도 참 귀엽고 깜찍하게 생겼다. 다행스럽게도 아빠보다는 엄마의 유전자를 많이 받은 탓에 동그란 눈에 짙은 쌍꺼풀이 매력적인 아이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물론 나 역시 고슴도치 아빠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기에 내 눈에만 이뻐 보이는 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주위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기저귀 모델 해보라는 제안을 많이 받았고, 마트를 돌아다닐 때면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이 매우 익숙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알고 있다. 우리 아들은 절대 기저귀 모델과 같이 남들의 주목을 받는 것을 견뎌야 하는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아들은 영아 시절부터 예민함이 남 달랐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울음을 시작하면, 1시간 이상 울어재끼는 게 일상 다반사였다. 밤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시도 때도 없이 깨어나서 울어 젖히곤 했다. 분유와 이유식도 어찌나 안 먹는지 하루하루 먹을 것을 거부하는 아들을 보며 수 없이, 속앓이를 하곤 했다.. (안 먹으면 밤에 또 깨는데..... ㅠㅠ) 그렇게 우리 부부는 아들이 돌이 되기 전까지 극심한 피로감에 시달렸고, 돌이 지나서야 아들이 통잠 비슷한 걸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때는 다른 집 아기들도 다 같은 줄 알았다. 하지만 와이프가 아들과 함께 문화센터를 다닌 지 1년 반이 된 시점에서야 나는 아들 녀석이 또래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예민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와이프는 아들이 태어난 지 10개월이 되었을 때부터, 다양한 활동을 시켜주고 싶은 마음에 일주일에 3개의 문화센터 수업을 돌렸다. 지금도 어린이집 하원 후에 문화센터를 다니고 있으니 문화센터만 거의 20개월을 다닌 셈이다. 그러다 6개월 전쯤 와이프가 일정이 있어 내가 아들과 함께 문화센터 수업을 참여한 적이 있다. 아들과 처음으로 문화센터 수업에 참석한 날이었는데 아들이 수업에 참여를 전혀 하지 못하는 상태여서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수업이 시작되고 선생님께 준비물을 받아서 자리로 돌아와야 하는데 아들은 그야말로 아빠 껌딱지가 되어서, 망부석이 되어 버렸다. 결국 답답한 맘에 아들을 떠밀다 시피해서 그것도 아빠랑 같이 가서야 간신히 준비물을 받아서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참고로 아들을 제외한 모든 아이들은 선생님께 달려가 준비물을 문제없이 수령했다.) 그날 수업은 물감 놀이가 주제였기에 이염돼도 상관없는 옷을 입혀서 수업에 참석했다. 하지만 개복치 같은 아들은 손에 물감이 묻자마자 물티슈로 손을 닦으라며,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었기에 나는 교실 구석에 위치한 세면대로 가서 아들의 손을 씼겼고, 아들 녀석은 세면대에 물을 켰다 껐다 하는 것이 재밌었는지 수업 참여는 전혀 하지 않고, 수업 내내 세면대에서 놀았다. 그게 아들과의 문화센터 수업 첫 경험이었다. 너무 황당해서 수업이 끝난 후에 집에 도착해서 와이프에게 문화센터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면서, 애가 왜 이렇게 사회성이 없냐고 물어봤더니 와이프는 오히려 그걸 이제야 알았냐며 핀잔을 주었다. 가끔 아들과 문화센터 수업을 다녀온 후에 와이프의 표정이 극도로 좋지 못했던 적이 종종 있었는데 아들과 수업을 함께 참석하고 나서야 그 표정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들이 태어난 지 30개월이 된 현시점에서야 아들은 문화센터의 수업을 일부 참석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선생님께 다가가지 못하고, 체육 수업 중에 다른 친구와 부딪혀서 울먹이며 엄마에게 달려오는 아들을 보고 있을 때면 속이 뒤집어지다 못해 천불이 난다. 앞날이 창창한 아들의 인생에 수많은 고비(초/중/고 입학, 군대 입대 등)들이 있을 텐데 지금처럼 주눅 들어 있는 상태로 쭈욱 지내게 되면, 거칠고 못된 친구들의 표적이 될 것 같기도 해서 너무 나도 걱정이 된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아들의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아들이 단단한 사람이 됨과 동시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할 생각이다.
그런데 개복치가 진짜로 알려진 이미지처럼 쉽게 죽는 물고기인지 문득 궁금해져서 더 검색해 보았다. 검색해 보았더니 개복치가 쉽게 죽는 물고기라는 건 만들어진 이미지 일뿐 사실이 아니었다. 개복치의 피부는 다른 어류들보다 엄청 질기고 덩치도 압도적으로 크게 때문에 성체가 되면 천적이 사실상 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최대로 성장하면 길이 4m, 무게 2t짜리 대형 어류가 된다고 하는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크기의 치어가 고작 1~2년 만에 성체가 된다고 하니 성장 속도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천적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잠을 잘 때는 바다 위에 누워서 잔다고 한다.
꿈보다 해몽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아들이 밈에서의 개복치가 아닌 현실세계에서의 개복치처럼 단단하고 크게 성장한다면 그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결국 나는 현실에서 개복치 키우기 게임을 하고있는 셈이다. 예민하고 겁많은 개복치 치어와 같은 아들을 몸도 마음도 단단한 개복치로 만들기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좋은 방법을 찾아 적용하리라 다짐해 본다.